정치자금 및 공금 유용 의혹 등으로 사퇴 압박에 몰린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東京都)지사가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때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마스조에가 스스로 제시한 정치개혁의 덫에 걸려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날 자민당과 공명당 등 도쿄 도의회 소속 7개 정당이 불신임결의안을 가결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도의회 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도의회가 만장일치로 사직서를 승인함에 따라 2014년 2월 취임한 마스조에 지사는 2년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도쿄대 국제정치학부 교수 출신의 마스조에 지사는 2001년 중앙정치 무대에 데뷔한 이후 1차 아베 내각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에서 잇따라 후생노동상을 지냈다. 자민당에 대한 쓴소리로 개혁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그는 2009~2010년 차기 총리감 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호화출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8차례의 국외출장에 약 2억1,300만엔(약 23억6,436만원)의 공금을 사용하고 관용차를 이용해 주말마다 온천 휴양지에 있는 별장을 오간 사실이 잇달아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자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가 지바에 있는 호텔에서 회의비 명목으로 약 37만엔(약 411만원)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는데 실제로는 가족여행 숙박비라는 폭로였다. 미술품 구매나 사적인 식사는 물론 자신이 쓴 저서를 사들이는 데 정치자금을 썼다는 내용도 추가로 드러났다.
막판까지 그는 사직을 거부했으나 자민당까지 등을 돌리자 결국 사퇴를 수용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도쿄에 제2한국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한국정부에 부지를 제공키로 하는 등 친한파 인사로 불려져 우익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마스조에 지사 후임 선거는 8월쯤 열릴 예정이다. 자민당에선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장관, 이시하라 노보테루(石原伸晃) 경제재생장관, 야당인 민진당에선 렌호(蓮舫) 대표대행(참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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