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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스미스 “채식주의자 번역 완벽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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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스미스 “채식주의자 번역 완벽하지 않아요”

입력
2016.06.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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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강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가 다른 번역가들보다 한국문학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맨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 편집자, 에이전시가 함께 일궈낸 공동의 성과입니다. 무엇보다 저보다 앞서 문학 번역을 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한 창조적 작업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선배 번역가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강 작가와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가 한국을 찾았다.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스미스는 15일 코엑스 이벤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맨부커상 수상 소감과 문학을 번역하는 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질답에 앞서 준비해온 글을 읽은 스미스는 “번역가가 원작의 어떤 부분에 충실하기 위해 다른 부분에 불충실하게 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작에 대해 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더 충실한 번역을 위해 스스로에게 불충을 허락하는 때가 있다”고 번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의 ‘채식주의자’ 번역은 완벽하지 않다. 번역가들은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즐거움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데서 기쁨을 느끼며 나는 이런 기쁨을 공유하고자 번역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스미스와의 일문일답.

-한국 문화의 특수한 개념을 다른 문화권에 전달하는 데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번역이 막힐 땐 누구에게 도움을 받나. 한국인으로 이뤄진 전문가 팀 같은 것이 있나.

“그런 건 없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 책을 통해 확인하면서 작업했다. 처음 번역을 할 때 소주, 만화, 선생님 같은 표현을 그대로 썼더니 편집자들이 독자의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며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 만화를 ‘코리안 망가’라고 표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특정 문화권의 산물을 다른 문화에서 파생된 것처럼 표현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편집자들을 설득했고 받아들여졌다. 번역서가 쌓일수록 (영국)독자들에겐 그 문화에 대한 친밀도가 생기고 다음 작품에선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 이후 ‘소년이 온다’를 번역했는데 ‘형’ ‘언니’ 같은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계속해서 한국 문학을 소개하다 보면 영국인들이 ‘스시’ ‘센세이’ 같은 일본어를 알듯이 한국의 일상적 표현들에 익숙해질 거라 생각한다.”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국에선 ‘채식주의자’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번역가로서 일상에 변화는 없었나.

“한국에선 내 이름이 약간 알려졌는지 모르겠지만 영국에선 전혀 유명하지 않다.(웃음) 수상 직후 메일이 쏟아져서 조금 바뀌나 했는데 잠깐 시끌벅적하더니 곧 조용해졌다. 여전히 내 집에서 내 컴퓨터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강, 배수아, 안도현 등의 작품을 번역했고 앞으로 번역할 작가로 김연수, 황정은 등을 언급했다.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 특정한 문학성을 고려하나.

“배수아 소설 두 권을 이미 번역했고 한 권은 10월, 한 권은 내년 1월에 출간된다. 배수아의 소설은 개성적이고 독특해 번역가로서 도전 의식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나는 줄거리, 인물, 배경이 고정돼 있어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작품 보다는 문체나 스타일에 방점이 찍힌 작품에 관심이 많다. 독자에게 정보 이상의 흥미로운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작품들이 좋다. 내가 운영하는 틸티드 악시스라는 출판사가 주로 이런 작품들을 출간하는데 여기서 10월에 황정은 소설을, 내년에 한유주 소설을 출간한다. 이번 방한이 한국의 다른 작품들을 번역할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번역을 하다 보면 자신의 작품을 쓰고 싶을 때가 없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번역할 때 문체를 창조하고 리듬을 만드는 작업은 즐겁지만 플롯, 인물, 배경까지 구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작가들에겐 작업이 막힐 때가 있는데 번역가에겐 그런 게 없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한국 문학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맨부커 이후 한국에선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한국 문학엔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있고 독자들의 취향도 제 각각이라 답하기가 어렵다. 문학은 대중문화와 달리 확산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걸 지원하는 한국문학번역원 같은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이렇게 노벨문학상에 관심이 많은 것이 약간 당황스럽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가 그것을 즐기면 그것으로 작가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나 싶다. 상은 상일 뿐이다.”

-한국어 외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면 어떤 언어를 배우고 싶나.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다. 영국에서 베트남 문학의 인지도는 한국 문학과 비슷하다. 어떤 나라든지 훌륭한 문학적 유산이 있고 이것을 발굴해 번역하는 작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간담회에서는 수상 이후 제기된 오역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오역 지적에 대해 들은 적 있는지, 교열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스미스는 구체적인 사례가 없어 답하기 어렵다며 “번역한 뒤 영국의 전문 교열가가 교정을 했고 원문과 번역본에 대한 대조 작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19일 코엑스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세계화 어디까지 왔나’ 포럼에서 최미경 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이르마 시안자 힐 자녜스, 강유정 강남대 교수 등 다른 번역가들과 함께 한국문학 번역과 세계시장진출 가능성에 대해 토론한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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