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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찬욱' 이경미 감독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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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찬욱' 이경미 감독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의 세계

입력
2016.06.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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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비밀은 없다’ 는 ‘미쓰 홍당무’의 인물구도를 현미경을 통해 다르게 들여다본 영화입니다.”

영화 ‘미쓰 홍당무’(2008)로 주목받은 이경미 감독이 14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두 번째 연출작 ‘비밀을 없다’를 선보였다. 이 감독 스스로 전작인 ‘미쓰 홍당무’와 비교할 만큼 비범한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의 아내 연홍(손예진)이 선거를 보름 앞두고 갑자기 실종된 딸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미쓰 홍당무’에서 과대망상증에 안면홍조증을 지닌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냈던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기이할 정도로 집착과 광기를 드러내는 불완전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관객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딸을 잃어버린 연홍의 모습은 전형적인 모성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 감독은 “한국사회에서 모성애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현상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아이를 잃은 엄마임에도 불완전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그려낸 건, 어떤 과정을 거쳐 모성애가 성취되는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딸을 둔 엄마 연홍 역에 손예진을 캐스팅한 것도 엄마 캐릭터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 감독은 “연홍이 누구나 예상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니길 바랐다”며 “손예진이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로 등장하면 극중의 인물이 관객들에게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봤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연홍만큼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연홍의 딸 민진과 그의 친구 미옥이다. 두 여중생도 이 감독이 창조한 여성 캐릭터의 범주에 넣어도 될 만큼 비범하다. 민진 역으로 출연한 배우는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2’ 출신 신지훈. 미옥 역에는 전국을 뒤져서 찾아낸 신인배우가 낙점됐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두 어린 배우는 영화의 반전을 책임진다.

‘미쓰 홍당무’ 이후 ‘여교사’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던 이 감독은 스승 박찬욱 감독의 제안으로 ‘여교사’의 서브 플롯을 발전시켜 ‘비밀은 없다’를 구상했다. 시놉시스 단계에선 ‘불량소녀’라는 제목이었고, 크랭크인 당시엔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반어적인 제목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뒤틀린 여성 캐릭터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모성의 확장을 담아내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23일 개봉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손예진(왼쪽)과 김주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손예진(왼쪽)과 김주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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