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에 회의적 시각 불구하고
辛 “연말까지 약속 지킬 것” 의지
호텔 지분 매각대금 1조6000억원
日롯데홀딩스 임직원에 배당해
대주주 종업원지주회 지지 확보 계획
지분 싸움 신동주는 종업원지주회에
사재 1조 털어 나눠줄 계획 세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미 물 건너 간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연말까지 상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호텔롯데 상장에 신 회장이 목을 매는 이유는 그룹 경영권 방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신 회장은 14일 롯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다시 준비해서 연말까지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므로 꼭 지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한 차례 연기된 호텔롯데 상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롯데가 공식 철회 신청서를 제출, 이미 무산된 상태다. 이를 재추진하려면 상장 예비심사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진 철회에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는 즉시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검찰 수사도 마무리가 안 된 상황에선 심사를 할 수 없다”며 “분식회계나 내부 거래, 횡령ㆍ배임 등 회계와 경영 투명성 등에 위반 사항이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분식회계 등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받거나 검찰에 기소되면 아예 법적으로 3년간 상장을 신청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하려는 것은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롯데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호텔롯데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롯데는 신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L2ㆍ4ㆍ5ㆍ6투자회사가 보유 중인 호텔롯데 주식 1,365만5,000주를 구주매출(대주주의 보유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롯데홀딩스는 1조6,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 예상이다. 신 회장은 이를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진 일본인 임직원들에게 배당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0%)의 지지를 다지기 위해 제시한 ‘당근’인 셈이다. 이달 말 열릴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종업원지주회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두 번의 주총에서 신 회장이 승리한 것도 이들의 지지 덕분이다. 신 회장으로서는 이들에게 호텔롯데 상장이 결코 무산된 것이 아니란 점을 확인시켜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종업원지주회를 자기 편으로 끌어 들여야만 한다. 지난 2월 신 전 부회장이 사재 1조원을 털어 종업원지주회에 1인당 25억원씩 나눠주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종업원지주회를 우호세력으로 묶어 두려 한 신 회장측 전략을 간파하고 호텔롯데 상장을 막기 위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결정적 자료를 제보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발언과 관련,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상장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일정하게 가닥이 잡히는 대로 곧바로 호텔롯데 상장을 준비, 조속한 시간 내에 상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