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발표 예정인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가덕도를 원하는 부산과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ㆍ울산ㆍ경남ㆍ경북 연합군의 싸움이 과열되고 있다. 양쪽의 대립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언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형 국책사업이 지역 간 이권 쟁탈전으로 둔갑하면서 정쟁 거리로 변질되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부지로 어느 지역이 선정돼도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부산 도심에서는 여야 정치인과 시민 등 2만 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삭발을 했고, ‘가덕 신공항이 안 되면 민란이 일어난다’는 피켓까지 등장했다. 같은 날 밀양을 밀고 있는 4개 지역 시도지사는 긴급 회동 후 부산 정치권의 지역갈등 조장 중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영남권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진 듯한 모습이다.
국론분열로 치닫고 있는 신공항 과열 경쟁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청와대는 15일 “이달 중 용역 결과가 나오면 결과 발표와 함께 선정 이유도 상세히 설명하겠다”고만 밝혔다. 영남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청와대의 조심스런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어느 한 편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자칫 텃밭인 영남에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지 모른다는 정치적 고려를 빠뜨리지 않았을 법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런 상황을 넘어섰다. 신공항 선정이 국가 발전의 단초가 아니라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마당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악의 국책 사업 실패 사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역 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갈등과 과열 경쟁을 조율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신공항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과 주민들이 과잉행동을 자제하고 결과에 승복하도록 담화문이라도 내야 한다. 그에 앞서 용역 결과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를 정부가 보증하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 조정과 타협이 아니라 대립과 반목을 주도하다시피 한 정치권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갈등을 해소할 책임은 청와대와 정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여야 정치권에도 있다. 정치인들은 당장 신공항 유치전에서 손을 떼고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충돌이 뻔한 마주 달리는 열차를 이대로 놔둘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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