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우리 공군 주력기인 KF-16의 성능개량사업과 관련, 입찰 자격도 없는 미국 업체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8,900만달러(약1,000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 정부와 최종사업비 협상이 진행중인 데도, 사업비가 확정된 것처럼 허위 보고하는 등 사업 곳곳이 부실 투성이였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KF-16 성능개량사업 추진실태 조사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1년 8월부터 이 사업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추진했다. FMS 방식은 정부 간 계약을 통해 미국이 우방국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미 정부가 직접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방사청은 그러나 미 정부가 이미 '록히드 마틴'을 사업자로 선정해놓고 있는데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BAE 시스템'과 협상을 시작했다. 이에 미 정부는 2012년 9월 “방사청과 BAE 간 협상가격에 구속 받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자를 BAE로 선정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BAE는 F-16 계열 전투기의 성능개량 실적이 없어, 애당초 입찰에 참가할 자격도 없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BAE에 1차 사업비 명목으로 1억8,400만달러(약2,100억원)를 지불했다. 또 2013년 1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BAE를 선정했고, 미 정부와 17억달러(약1조9,800억원)에 총사업비가 합의됐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록히드마틴 선정을 전제로 한 총사업비로 20억달러(약2조3,400억원)를 제시한 상태였다. 미국은 이듬해인 2014년 9월 BAE 선정에 따른 추가비용을 포함해 총사업비를 24억달러로 상향했다. BAE가 성능개량 경험이 없는데 따른 미 정부의 보증 비용 등이 올라간 것이었다. 방사청은 그제서야 사업자를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했지만 이미 BAE가 집행한 8,900만달러는 회수할 수 없었고, 사업추진 일정도 4년 지연됐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당시 사업팀에 있던 A,B 2명의 대령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방사청은 '예산 절감'차원에서 BAE와의 사업을 추진했다고 감사원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업추진 당시 방사청 고위 관계자의 형이 BAE 고문이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그 부분은 이번 감사에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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