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16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테러를 계기로 다음 주 월요일(20일)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그 동안 번번이 좌절돼온 입법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지만, 실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상원의 공화ㆍ민주 양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은 크리스 머피(민주당ㆍ코네티컷) 의원이 15시간 가까이 벌인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 때문이다. 머피 의원은 법무부 예산법안을 볼모로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의원 등 민주당 측에서 발의한 ‘초당파적’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대한 표결을 요구하며 필리버스터를 벌여 공화당의 ‘항복’을 받아냈다. 머피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15일 오전 11시21분부터 시작해 공화당이 동의한 16일 오전 2시11분까지 14시간50분 이어졌다.
머피 의원은 2012년 12월 발생한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규제 강화 캠페인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이날 필리버스터에서도 당시 피해자인 6살짜리 딜런 호클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화당을 압박했다. 공화당은 총기규제에 반대해 왔지만, 올랜도 테러 이후의 여론 악화와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 판매 금지’필요성을 언급하자 입장을 바꿨다.
현재 상원에 계류된 총기규제 법안은 테러 감시명단에 오른 인물들의 총기구매를 금지하는 파인스타인 의원 법안과 총기박람회 및 인터넷 공간에서의 총기 거래 시 구매자의 신원을 의무적으로 조회하도록 하는 머피 의원 법안 2건이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20일 이전 독자적인 총기규제 수정 법안을 제출한 뒤 이를 토대로 민주당과 협상을 벌여 절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모처럼 초당적인 총기규제 법안의 상원 통과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법안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 분석이다. 지도부의 표결 처리 동의 방침이 나온 직후부터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당론은 물론이고 트럼프의 권고와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의 최측근 상원의원으로 분류되는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의원은 “총기규제는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로부터 사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가하는 대의원 중 일부는 트럼프가 새로운 총기규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할 경우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지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이번에도 당파 대립에 따라 총기규제 입법이 유야무야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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