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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싸움닭 이재명의 ‘꼬리를 잡아 몸통 흔들기’는 성공할까

입력
2016.06.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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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7일 광화문광장에서 11일째 단식농성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7일 광화문광장에서 11일째 단식농성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무기한 단식농성이 11일 만인 17일 끝났다. 인구 100만의 도시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단식투쟁은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이 시장이 단식을 벌인 이유는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 삭감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광화문 앞에 진을 친 이 시장의 단식 농성장은 각계의 격려방문으로 붐볐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이상돈·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다녀갔고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인 김홍걸씨, 소설가 이외수씨, 법륜 스님 등도 방문 했다. 그의 주장에 동참하는 시민ㆍ사회 단체도 크게 늘었다. 덕분에 이 시장의 단식은 지방자치 분권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더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저지에 돌입하기로 했다. (☞ 관련기사 보기)

덕분에 이 시장의 지지도는 더 올라갔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 13~14일 성인남녀 1,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전 대표(25.1%)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7.7%)에 뒤이어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과 공동으로 3위(7.4%)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이 시장이 중앙정부와 대결하는 선명성을 부각하며 야권 지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만으로 반짝 주목받은 인물이 아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이재명 성남시장 단식 7일째 현장 생중계<출처: 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고단한 어린 노동자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 시장은 196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를 따라 성남으로 이주한 그는 부모님과 7남매가 함께 성남의 상대원 시장 뒷골목 반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어린 시절 내내 그를 따라다닌 것은 지독한 가난이었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그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고단한 공장 노동자가 됐다.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작업 중 프레스에 왼쪽 손목이 끼는 골절상을 당해 평생 왼팔이 구부러지는 장애까지 안았다. (☞ 관련기사 보기)

그러나 이 시장은 낙담 대신 더 힘을 내 일하며 공부했다. 그는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바늘로 찌르고 아카시아 나무에 몸을 비비며 책상에 압정을 뿌려놓고 공부했다. 그는 그런 처절한 공부 끝에 1년 만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 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그는 “판·검사가 돼 이제 정말 잘 먹고 잘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가 걸은 길은 다짐과 거리가 멀었다. 사회 변화를 향한 열망과 노동인권이 그를 인권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장 프레스에 눌려 더는 펴지지 않는 굽은 팔을 펴보려던 상처 가득한 소년노동자의 마음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대우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에 저를 서게 했다”고 술회했다. 1989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성남에서 시민운동에 앞장 섰다.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던 그는 정치인이라는 도전에 다시 나서기로 결심했다. (☞ 관련기사 보기)

인권 변호사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가 정치에 뛰어 들게 된 계기는 2004년 발생한 성남 시립의료원 건립 운동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이 발의한 시립의료원 조례가 시의회에서 47초 만에 날치기 폐기되는 것에 항의하다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배된 적이 있다”며 “(숨어 있던)교회 지하에서 시장이 돼 직접 시립의료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6년 후 그는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성남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결심대로 2013년 11월 시장으로서 시립의료원 기공식에 참석했다. 성남시립의료원은 2017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이 병원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당시 메르스 감염자를 격리 치료하는데 꼭 필요했지만 일반 종합병원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턱 없이 부족했던 ‘음압병상’을 성남시립의료원은 이미 설계 단계부터 32개나 갖추고 있었다. 이 시장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어렵게 추진한 성남시립의료원은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반대하는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계획’이 추진되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안대로 지방재정 제도가 바뀌면 성남시의 세수는 내년에 조정교부금 891억원, 법인지방소득세 382억원 등 1,30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당장 시의 정책 사업인 무상복지 사업 뿐만 아니라 약 2,000억원을 투입해 건립하는 시립의료원 사업도 중단될 수 밖에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기도 6개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ankookilbo.com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기도 6개 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ankookilbo.com

특히 이 시장은 복지 정책에 관심이 많아 내놓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중앙정부ㆍ경기도 등 큰 상대와 충돌을 빗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3대 무상복지 정책이다.

3대 무상복지 정책은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무상교복·청년배당 등이다. 그는 이 같은 정책을 내놓으며 복지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고 여러 논란에도 정책을 밀어붙이며 시민들의 높은 호응과 비판을 동시에 얻었다. (☞ 관련기사 보기)

특히 청년배당은 사회적 논란까지 낳았다.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24세 청년 1만1,300여 명에게 취업 여부나 소득·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똑같이 연간 5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이 지역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성남사랑 상품권)로 지급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 시장의 3대 복지정책에 대해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 로 강하게 반대했다. 일각에서는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청년배당은 미래가 없는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20만원씩 준다는 약속을 통해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도 20만원 주기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약속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후 청년수당 정책은 20대 총선 등을 거치며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 무기는 SNS

그가 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알리는 창구는 SNS다. 특히 그는 여느 자치단체장과 다르게 SNS를 통해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에서 20여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시장은 성남시 정책 홍보는 물론 각종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논평한다. 가수 유승준의 병역문제, 메르스 사태 등을 놓고 정부 및 거물 정치인들과 대립각을 세웠고 개인사를 공격하는 보수세력을 향해 법원 판결문을 SNS에 공개하며 맞대응했다. 덕분에 SNS 친구들은 그의 발언을 속 시원하다는 뜻의 ‘사이다’로 추켜세우며 열광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 바람에 이 시장은 공무원들에게도 SNS활용을 적극 독려한다. 성남시민들도 SNS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많다. 이렇게 접수된 민원도 빠르게 처리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SNS 활용이 꼭 득이 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시장과 성남시 SNS홍보 담당자 2명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시장은 “성남시 시정에 SNS를 접목해 시정홍보와 광속 민원처리를 하면서 행정자치부가 우수행정 사례로 표창까지 했다”며 “(SNS를 사용하는) 손가락 혁명동지들의 도움이 절실하니 손가락을 더 많이 움직여 달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꼬리를 잡아 몸통 흔들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6일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 방문했다. 이 시장(가운데)이 안행위 야당 간사인 박남춘 의원(오른쪽) 등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6일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 방문했다. 이 시장(가운데)이 안행위 야당 간사인 박남춘 의원(오른쪽) 등과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장이 단식을 중단했지만 아직 정부가 지방재정 개혁안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권의 관심과 협조를 얻어낸 것은 성공적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민주 국회의원들은 지난 16일 이 시장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단식중단을 호소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득했다. 이 시장은 협의나 조정 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지방재정 개혁안에 맞서 자치와 분권을 지켜낸 투사가 됐고 지자체 일에 관심이 부족했던 중앙정부와 국민들에게도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이 시장은 단식 중단 후에도 이 문제를 계속 공론화할 생각이다. 그는 “권력과 재화의 중앙독점화는 정상적 사회를 가로막는 장벽이며 역사가 발전하는 방향도 아니다”라며 “단식농성은 끝났지만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정상 사회로 만들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이 시장이 그의 책 제목처럼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 관련기사 보기)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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