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入我相思門’(입아상사문). 21일 공개된 걸그룹 씨스타의 신곡 ‘아이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 속 멤버인 다솜의 등에 새겨진 문구다. ‘그리움의 문을 열고 들어 서니’란 뜻으로,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 ‘추풍사’의 한 구절이다. 이 시구와 함께 다솜의 등에는 꽃이 그려져 있다. 영화 ‘아가씨’ 속에서 히데코로 분한 배우 김민희를 연상케 하듯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씨스타가 1년 만에 낸 신곡 ‘아이 라이크 댓’의 분위기는 쓸쓸하다. 난 그게 좋다는 제목과 달리 씨스타 멤버들은 “나 몰래 찌르고 다닌 그 여자들이나 잘해줘”라며 냉소적으로 노래한다. 앞서 씨스타가 여름에 내 왔던 경쾌한 댄스곡 ‘터치 마이 바디’(2014)나 ‘셰이크 잇’(2015)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씨스타의 멤버인 보라는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홀에서 연 네 번째 미니앨범 ‘몰아애’(沒我愛) 발매 쇼케이스에서 “그 동안 불러 왔던 여름 시즌송과 차별을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호소력 짙은 보컬을 강조해 그늘에서 들으면 더 좋은 곡”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멤버들도 새로움에 의미를 뒀다.
“어찌 보면 ‘나 혼자’나 ‘기브 잇 투미’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곡들보다 ‘아이 라이크 댓’엔 더 슬픈 감성을 담으려 노력했어요. 좀 더 여유롭게 쓸쓸함을 주고 싶었죠.”(소유)
“평소 군무 중심으로 안무를 짰다면, 이번엔 스토리를 강조했어요. 제 등에 새긴 게 이백의 시인데, 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이라 곡과 잘 어울렸죠.”(다솜)
씨스타의 새 앨범에는 효린의 자작곡도 실렸다. 리듬 앤 블루스 장르의 노래 ‘세이 아이 러브 유’다. 씨스타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첫 곡으로 ‘세이 아이 러브 유’를 불러 네 멤버의 화음을 뽐냈다.
효린은 “아무래도 내가 만든 곡이라 멤버들이 녹음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줘 곡 작업이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효린이 쓴 곡에 대해 다른 멤버들도 만족한 눈치다. 다솜은 “효린 언니가 모니터링을 부탁해 여러 번 들었다”며 “예전엔 효린 언니가 쓴 곡이 상업적이지 않았는데 대중적인 곡을 써 좋았다”고 말했다. 효린이 자기 세계에 빠져 그 동안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곡을 만들었는데, 이번엔 여러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다솜의 농담 섞인 폭로에 효린도 “아직도 내 욕심과 고집을 버리지 못했다”며 웃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작곡을 시작했어요. 이런 저만의 욕심을 갖고 시작하니까 처음에는 곡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 때 다른 멤버들을 생각하면서 쉽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자고 생각해 이 곡을 쓰게 됐죠.”(효린)
2010년 데뷔한 씨스타는 무대 위에서 섹시함과 때론 여름에 맞는 건강미를 내세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날 공개한 ‘아이 라이크 댓’은 멜론, 벅스, 올레, 엠넷뮤직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유튜브에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하루가 채 안 돼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6년 동안 꾸준히 히트곡을 내며 신뢰를 쌓아온 덕이 크다.씨스타 멤버들은 새 앨범 발매 후 음악팬들에게 “역시 시스타”란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계속 실력이 는다는 말도 듣고 싶어요.”(효린) “보고 싶었다는 말도요, 하하하”(다솜)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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