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마트폰에 빠지는지 모른 채
떼 놓으려고 하면 반감만 키워
“웹툰은 몇 편까지 볼거니?
두 편이면 30분 걸리겠구나”
구체적인 대화로 지도해야 효과
“스마트폰 때문에 자녀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계신가요?”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강월초등학교 꿈빛관 2층 오감생생실. ‘내 자녀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소통 방안’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강사가 이렇게 질문하자 학부모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인터넷ㆍ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4학년 재학생 42만 5,000여명 중 인터넷ㆍ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3만8,828명(9.1%). 게다가 인터넷ㆍ스마트폰에 중독되는 나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날 강의는 평일 오전에 진행됐음에도 스마트폰 중독 예방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60여명이나 모였다.
강의는 아이들이 왜 스마트폰에 몰입하게 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조언으로 시작됐다. 강의를 맡은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소속 강경림 상담사는 “아이의 눈높이가 아니라 부모의 기준에서 아이의 행동을 판단해 칭찬 대신 질타를 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은 가상공간 속 대인관계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댓글,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호응을 통해 아이들은 현실에서 겪지 못하는 위로를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부모님들은 스마트폰을 단순히 ‘연락망’, ‘통신수단’이라고 하지만 상담을 받은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 ‘행복’, ‘목숨’ 등으로 표현합니다.” 강사의 설명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대답이 뜻밖이라는 듯 여기저기서 탄식을 쏟아냈다.
스마트폰을 그만하라고 윽박지르거나 나무라기에 앞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이유를 모른 채 스마트폰에서 떼 놓으려고만 할 때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반감만 키운다는 것이다. 강 상담사는 “‘초5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부모가 상처 받고 마음의 문을 닫을 게 아니라 부드럽게 대화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 스스로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예컨대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려고 한다면 ‘웹툰은 몇 편까지 볼 거니?’, ‘웹툰 2편이면 3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같은 대화가 유용하다는 것. 아이들이 스스로 정해진 시간 내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할지 생각하도록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도 있었다. 강 상담사는 “저학년 때부터 ‘식사 시간에는 온 가족이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등 각 가정 상황에 맞게 규칙을 정해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고자 무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들으러 왔던 학부모들은 강의가 끝난 직후 표정이 한층 밝아져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양모(38)씨는 “아이가 최근 새벽에 몰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며 “아이를 나무라기 전에 왜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싶은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학년 자녀를 둔 노선형(43)씨도 “아이가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작정 화를 내지 않을 것”며 “사랑이 전달될 수 있는 대화법을 고민하고 실천해가겠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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