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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수단 5전 6기... “美 타격” 엄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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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수단 5전 6기... “美 타격” 엄포 아니다

입력
2016.06.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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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례 실패하다 400여㎞ 비행 성공

“단기간에 결함 못 고쳐” 전망 빗나가

정부 NSC 긴급소집… 규탄 성명

핵탄두 소형화 땐 주변국 큰 위협

北, 對美 협상 압박 카드로 쓸 듯

2010년 10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연합뉴스
2010년 10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연합뉴스

북한이 22일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사실상 성공했다. 지난 4월 15일 첫 발사 이후 연거푸 실패하다 6번째 만의 성과다. 무수단은 소형화된 탄두를 탑재하면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위력적인 미사일이다. 한국, 일본을 넘어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5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400여㎞ 날아갔다”고 밝혔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 이상으로, 최소 기준인 500㎞를 넘기면 전력화에 성공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날 무수단은 최종적으로 고도 1,000㎞까지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더 멀리 보낼 수도 있지만 동해와 인접한 일본을 의식해 정상궤적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하면서 비행거리를 줄였다는 의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의 비행거리보다 엔진의 추력을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합참은 “이번 발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는 발사 직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공식 규탄 성명을 내고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정부는 이번 발사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만큼 외교적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라”고 지시한 이후 무수단 발사에 무모할 정도로 집착해왔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4월 15일 첫 발사 이후 잇따라 수초 만에 폭발하거나 추락했고, 심지어 발사대에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날 오전 5시58분쯤 발사한 5번째 미사일은 150㎞를 날아갔지만 최소 사거리에 한참 못 미쳤다. 북한은 구소련의 SS-N-6미사일을 개조해 2007년 실전 배치한 무수단을 30여기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 미사일 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6번째 무수단 발사에서 상당한 기술 진전이 확인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무수단의 엔진 계통 결함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란 당국의 전망도 빗나갔다.

북한은 성능이 입증된 단거리미사일 스커드(사거리 300~500㎞)와 노동(1,300㎞)을 이미 1990년대에 실전 배치했다. 모두 남쪽의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이다. 미 본토를 노린 장거리미사일 대포동2호(1만㎞ 이상)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1만3,000㎞)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최근 급부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ㆍ2,500㎞)은 향후 2~3년 안에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무수단이 가세하면서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로 주변국을 향해 위협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로 전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미 본토 전력을 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남은 과제는 핵탄두 소형화 여부다. 탄두를 작게 만들어야 온갖 종류의 미사일에 실어 멀리 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중량 1톤 이하의 소형화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에 실으려면 핵탄두를 650㎏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탄두 소형화가 임박했지만 공식 확인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앞으로 한층 집요한 대미 압박과 대화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당대회 직전에 만지작거렸던 5차 핵실험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 무수단 미사일의 위협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들과의 통일 대화’에서 “만에 하나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완전한 고립과 자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북한 정권은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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