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세계를 강타했다. 정치적으로는 예상 밖의 불안감을 조성했고 금융 시장도 한바탕 출렁였다. 그러나 맨 먼저 우리 귀에 다가온 것은 ‘Brexit’라는 용어 자체다. 이미 소개한 대로 Brexit는 Britain Exit의 조합어인데, 문제는 이 새로운 용어의 올바른 사용법을 놓고 영국과 미국이 다르고, 언론과 학자들의 견해도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의 TV나 신문, 잡지 등은 Brexit을 언급할 때, ‘the Brexit’ ‘a Brexit’처럼 거의 대부분의 경우 관사를 단어 앞에 붙인다. 그 이유는 Brexit 표현 자체는 관념이고 개념이지, 실체를 지칭하는 명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Brexit이라는 용어만 쓰일 뿐 아직 영국은 EU를 탈퇴하지 않았다. 앞으로 2년간 EU의 세부 조항 논의가 있을 것이고 ‘탈퇴’ 행위는 그 이후에 발생할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Brexit를 놓고 ‘일련의 탈퇴 행위’로 간주하여 ‘a Brexit’나 ‘The Brexit’처럼 표기한다. 이미 미국의 라디오나 TV, 신문에서는 거의 대부분 ‘the Brexit’같은 정관사가 등장하고 ‘A Brexit will not happen any time soon’처럼 부정관사도 나온다. Brexit 표현을 고유명사로만 본다면 간단하게 무관사 처리하면 된다. 고유명사 ‘추석’을 영어로 표기할 때 Chuseok이라고 쓰면 이 용어 자체가 고유하기 때문에 관사가 필요 없는 것처럼 Brexit 앞에 관사를 붙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미국의 Yahoo news headline 중에는 ‘Why the Brexit is really British Independency Day’처럼 the를 사용한 기사들이 많고, Vice News의 영어 버전에서도 ‘Scotland is so pissed about the Brexit it might break up with the UK’와 같이 the를 사용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반면에 영국의 언론은 방송이든 신문이든 거의 예외 없이 무관사인 ‘Brexit’로만 적는다. 고유명사는 무관사(anarchrous)라는 전통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 부정관사를 사용한 예를 보면 ‘The narrow vote for a Brexit by 52%’처럼 ‘하나의 그런 사건’으로 묘사한 경우도 있고 Wall Street Journal에서도 ‘A Brexit would generate the volatility in currency market’처럼 표현했다. ‘What a Brexit could mean for Greece’에서처럼 ‘A Brexit’ 용례는 ‘그러한 탈퇴’식으로 번역되는데 이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 명사화할 때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과 달리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Columbia 대학의 Jeffrey Sachs 교수는 ‘The Meaning of Brexit’ ‘to say nothing of Brexit’s ramifications’처럼 무관사로 표현하고 있고, Harvard 대학의 경영대학 교수인 Gautam Mukunda도 ‘What Brexit means~’ ‘So what does Brexit mean~’ 식으로 무관사 처리해 영국 신문이나 잡지와 똑같이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용법은 ‘병원을 가다’라는 표현을 미국에서는‘go to the hospital’로 쓰는 반면 영국에서는 go to hospital처럼 무관사로 쓰는 차이를 연상시킨다. 적어도 미국 영어에서는 “Brexit”와 유사한 사례가 더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일반화 표기’를 위해 관사를 붙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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