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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독일축구, ‘노인정’ 앞에서 머리 복잡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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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독일축구, ‘노인정’ 앞에서 머리 복잡한 사연

입력
2016.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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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메이저대회선 ‘독일전 4승 4무’

독일, 4년 전 발로텔리의 도발에 복수할까

유로 2016에서 8팀만 살아남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경기는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과 대회 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축구 노인정’ 이탈리아의 8강(한국시간 7월 3일 오전 4시)이다.

유로 2016 8강 대진표.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유로 2016 8강 대진표.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때가 되면 두 팀은 늘 메이저 대회에서 만난다.

독일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최상의 조합을 찾아 가는 느낌이다.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도 점점 좋아 지고 있다.

필립 람(33ㆍ바이에른 뮌헨)의 대표팀 은퇴 이후 취약 포지션으로 평가 받았던 오른쪽 풀백의 공백은 스물한 살 신예 요수야 키미히(바이에른 뮌헨)가 완벽히 메웠다. 마르코 로이스(27ㆍ도르트문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상대 측면을 뚫을 선수가 없다는 우려는 율리안 드락슬러(23ㆍ볼프스부르크)가 잠재웠다. 남은 과제는 토마스 뮬러(27ㆍ바이에른 뮌헨)다. 유로 우승을 위해서는 아직 골이 없는 뮬러의 득점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전차군단'의 주장 슈바인슈타이거가 이탈리아와 8강에 출전할 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전차군단'의 주장 슈바인슈타이거가 이탈리아와 8강에 출전할 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주장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2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발 출전 여부다. 슈바이니(슈바인슈타이거 애칭)는 지난 시즌 맨유 이적 후 무릎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나 몸 상태가 유로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하임 뢰브(56) 독일 감독은 당장은 아니어도 가장 어려운 상대를 만날 8강과 4강 또는 결승에서는 슈바인슈타이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뽑았다. 본인은 선발로 나갈 만큼 컨디션이 회복됐다고 말하는데 과연 뢰브 감독은 슈바이니를 내보낼까.

독일은 그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상대와 경기를 해야 한다.

이탈리아!!

평균 나이 31.5 세. 이탈리아가 ‘축구 노인정’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회 전 누구도 이탈리아를 우승후보로 지목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8ㆍ유벤투스)을 빼면 예전처럼 피를로(37), 델피에로(42), 칸나바로(43), 루카 토니(39) 같은 걸출한 스타도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월드컵이나 유로에서 단 한 번도 독일에 패한 적이 없다. 8경기에서 4승 4무다.

많은 팬들은 4년 전 유로 2012 4강에서 이탈리아의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26ㆍAC밀란)가 독일을 상대로 했던 세리머니(득점 후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진 채 무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우뚝 섬. 유로 사상 가장 유명한 세리머니. 이탈리아가 2-1로 승리)를 기억할 것이다. 독일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유로 2012 4강에서 발로텔리가 독일을 상대로 골을 넣은 세리머니하는 모습. 유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세리머니로 회자된다.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유로 2012 4강에서 발로텔리가 독일을 상대로 골을 넣은 세리머니하는 모습. 유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세리머니로 회자된다.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이처럼 독일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이탈리아는 떨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보니 경기력 면에서도 이탈리아가 독일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부폰을 중심으로 한 수비는 그야말로 ‘파란색 벽’이다.

현대 축구의 많은 팀들이 포백을 쓰는데 안토니오 콘테(47) 이탈리아 감독은 스리백을 사용한다. 경기 중 좌우 측면 선수까지 수비에 가담하기 때문에 사실상 파이브백이다.

하지만 수비만 강한 게 아니다.

이탈리아가 스페인과 16강에서 보여준 전술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탈리아는 평소처럼 내려서서 상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전반 초반부터 스페인 진영 깊숙한 곳에서 압박에 들어갔다. 상대 공격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난 스페인 선수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페인은 전반 내내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슈팅 기회를 못 잡았다.

또한 콘테 감독은 그라지아노 펠레(31ㆍ사우스햄턴)와 에데르(30ㆍ인터밀란),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쓴다.

많은 팀들이 원 톱을 선호하는 것과 다르다. 원 톱일 경우 상대 중앙 수비(포백일 경우 중앙수비가 2명)는 공격수를 상대로 2대1의 수적 우위 상황을 맞지만 투 톱일 경우 공격과 수비 숫자가 똑같은 2대2가 된다. 상대 수비수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탈리아 공격의 중심 그라지아노 펠레.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이탈리아 공격의 중심 그라지아노 펠레. 유로 2016 공식 페이스북

수비를 하다 공격으로 전환할 때 이탈리아 선수들은 늘 펠레를 찾는다. 패스가 어떻게 오든 그 볼을 처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볼이 오면 194cm의 제공권을 이용해 직접 처리하거나 작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공격수 파트너 에데르에게 연결 한다. 땅볼로 오는 패스는 어떤 수비수에게도 뺏기지 않고 관리해서 동료 미드필더에게 시간을 벌어준다.

독일과 이탈리아, 축구 색깔은 완전히 다르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두 팀의 대결. 빨리 토요일(유럽 현지시간 기준. 한국시간은 일요일 새벽)이 왔으면 좋겠다.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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