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선체 조사는 안돼”
유가족들 참사 진실 묻힐까 우려
이달 제주 해군기지 방문 계획 등
특조위 업무 그대로 진행되지만
예산, 조사권 사라질까 발동동
“화물업체들을 전수조사해 정부가 발표한 수치보다 많은 410톤의 철근이 세월호에 실렸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7월부터는 해당 철근 중 일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보려 했는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입니다.”
30일 만난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한 별정직 공무원의 말엔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이날은 세월호 특조위에 배정된 정부예산 지원이 끝나는 날이다. 지난 27일 특조위 차원에서 첫 진상규명보고서를 만들어 세월호 화물 과적 현황을 새롭게 공개했지만 7월 예산이 없이 본격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의미다.
정부가 이날로 특조위 활동 예산 지원을 종료하면서 ▦세월호 재적 화물 용도 ▦선체 인양 조사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절성 파악 등 산적한 참사 진상규명 과제들이 미궁 속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조위는 이날도 특별한 입장 발표 없이 평소처럼 업무를 진행했다. 참사 구조활동에 나섰던 123해경함정의 폐쇄회로(CC)TV분석 등 내주 업무 계획도 그대로다. 7월부터는 세월호가 철근 등 해군기지용 건설자재를 얼마나 상습적으로 과적 운행했는지를 전수조사하기 위해 제주 해군기지 방문 계획도 잡혀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그러나 “조사 일정이 짜여 있어도 활동 예산이 없는데다 조사대상 기관에서 특조위의 조사 권한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 있다”며 “진상규명은커녕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져 유가족들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특조위가 앞으로 밝혀야 할 미완의 진실은 수두룩하다. 지난 3월 열린 2차 청문회에서는 청해진해운 지시로 선내 대기 지시 방송이 이뤄졌다는 증언, 항적기록 오류 가능성 등 참사의 책임 소재를 가릴 의혹들이 제기됐다. 특조위는 청문회 내용을 토대로 검찰 고발조치나 추가 진상규명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특히 세월호 선체조사는 특조위가 가려내야 할 진상규명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특조위 활동이 종료되고 인양 시점도 계속 늦춰지면서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실이 영원히 묻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배서영 4ㆍ16연대 사무처장은 “특조위가 아닌 정부나 해양수산부가 선체 조사의 주체가 되는 상황을 유가족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조위 예산이 종료되는 마지막 날까지 정치권에선 활동 기한 연장 여부를 놓고 여야는 팽팽한 힘겨루기만했다. 20대 국회 개원 뒤 야권은 기회가 날 때마다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여당 역시 ‘선체 인양 시 조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애매한 신호만 보낼 뿐, 조사 권한을 명문화할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조위 측은 종합보고서 작성기간이 끝나는 9월을 전후로 세월호 선체가 인양될 경우 이후 3개월 동안 특조위 조사를 허용하겠다는 정부 제안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특조위의 한 비상임위원은 “법적으로 특조위원의 활동 권한이 9월에 종료돼 정부 주장은 특조위원이 아닌 정부 파견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선체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이 진상규명에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또 이행하고자 한다면 특조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게끔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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