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등에서 메달을 딴 태극전사들이 범인 잡는 경찰관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6월 12년 만에 시행된 경찰관 무도 특별채용에서 11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경찰관이 된 순경들이 4월부터 치안 현장에 배치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임수정(31ㆍ사진) 씨. 여자 57㎏급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그는 중앙경찰학교에서 28주간의 교육을 마친 뒤 지난 2월 경북 경산경찰서에서 8주간의 현장실습을 마치고 치안 일선에 배치됐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경북에서 두 번째 창설된 경산경찰서 다목적 기동순찰대에 홍일점으로 활약 중이다. 26명의 대원과 함께 지구대ㆍ파출소 관할과 무관하게 한밤중에 신고가 들어오면 언제 어디든 출동하고, 취약지를 순찰하는 임무다.
임 씨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올빼미 근무를 맡게 됐는데, 오늘 아침까지 두 번 근무하는 동안 범인과 마주친 적이 없어 발차기를 쓸 기회가 없었다”며 “경산에 연고는 없지만 지역 주민들과 동료들의 따뜻한 배려로 벌써 제2의 고향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선수생활 중에 기른 체력과 정신력이 경찰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여경은 홍보나 서무, 통신 등을 주로 한다는 편견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 수사 베테랑 임수정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이 고향인 임 씨는 태권도 공인 5단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태권 여제’로 유명하다.
임 순경처럼 무도 특별채용에서 경찰관으로 변신해 '제2의 삶'을 사는 이들은 임 순경을 포함해 모두 20명이다. 전국 단위로 뽑혀 교육을 마친 뒤 전국 지방경찰청별로 3, 4명씩 배치돼 5년간 근무 후 임지를 옮길 수 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메달을 목에 건 선수 출신이 많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78㎏급 금메달리스트인 허준녕(29) 순경은 서울 광진경찰서 광나루 지구대에서 동네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63㎏급에서 은메달,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같은 체급 동메달을 수확한 공자영(31·여) 순경은 서울 강서경찰서 곰달래 지구대에서 근무한다. 공 순경은 “운동선수는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이 지도자나 체육 교사 이외에는 거의 없는데, 멋진 경찰관이 돼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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