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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로비에 발목 잡힌 국내 유통업계의 ‘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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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로비에 발목 잡힌 국내 유통업계의 ‘대모’

입력
2016.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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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 많았던 개인사

아버지 없이 어린 시절 보내

결혼 생활도 1남3녀 두고 이혼

4년 전 경영 일선서 퇴진 불구

주요 계열사 지분 보유 ‘입김’

檢 “영장 발부” 자신감

뒷돈수수ㆍ증거인멸 정황

자산 부당거래ㆍ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 깊숙이 관여 의심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1일 오전 면세점 입점ㆍ관리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1일 오전 면세점 입점ㆍ관리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롯데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영자(74) 롯데재단 이사장은 국내 유통업계의 ‘대모’로 통했다. 다수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백화점 등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며 뒷돈을 받아챙긴 것이 결국 그의 사법처리를 재촉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첫 부인 고(故)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난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경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여성이다. 1973년 대학 졸업 후 호텔롯데에 입사한 신 이사장은 83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롯데백화점 영업담당 상무와 롯데쇼핑 총괄부사장ㆍ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신세계 등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했음에도 남다른 수완으로 백화점사업을 국내 1위로 올려 놓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회사 경영에 관해선 강하게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측면도 갖췄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개인사는 어린 시절부터 굴곡이 많았다. 1940년대 초 신 총괄회장이 부인을 한국에 남겨둔 채 사업 차 일본으로 떠난 탓에 1960년 모친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 없이 자랐다. 결혼생활 또한 순탄치 않아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했지만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이혼했다.

신 이사장은 2012년 롯데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각종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롯데시네마 내 매점 사업을 독점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도마에 올랐다. 시네마통상은 신 이사장이 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 이사장 세 딸이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시네마푸드 또한 신 이 사장과 자녀들이 최대주주다. 논란 끝에 이 업체들은 2013년 롯데시네마와의 사업을 정리했고, 지난 1월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연루된 BNF통상 또한 신 이사장의 아들인 장모씨가 소유한 회사다.

신 이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2.52%) 롯데칠성(2.66%) 롯데푸드(1.09%) 롯데건설(0.14%) 롯데쇼핑(0.74%) 코리아세븐(2.47%) 롯데정보통신(3.51%) 롯데카드(0.17%) 롯데알미늄(0.12%) 대홍기획(6.24%)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그룹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대홍기획, 롯데건설,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이언츠 등의 등기임원도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신동빈(61)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선 신 회장과 함께 공식 행사장에 등장한 경우가 많아, 신 회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6일 오전 신 이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는 검찰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롯데면세점과 BNF통상 등에 압수수색을 진행할 당시 검찰은 이미 신 이사장에게 뒷돈을 건넨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브로커 한영철(58ㆍ구속기소)씨로부터 충분한 진술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BNF통상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도 드러난 만큼 검찰은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70억여원의 배임수재 및 횡령 혐의 외에 신 이사장의 다른 개인비리도 살펴보고 있어, 롯데 비자금 수사의 변곡점이 될 여지가 있다. 자산 부당거래와 비자금 조성, 비상식적인 인수합병 과정에 등장하는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신 이사장이 대부분 갖고 있어 불법행위에 깊숙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이 구속될 경우 검찰의 최종 타깃인 총수 일가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롯데그룹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 이인원(69) 부회장 등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의 검찰 소환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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