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 웨일스.
유로 2016이 개막하기 전 두 팀이 4강에서 만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유로에 처음 출전한 웨일스가 준결승까지 올라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번 준결승(한국시간 7월 7일 목요일 오전 4시)은 포르투갈과 웨일스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와 가레스 베일(27ㆍ레알 마드리드)의 대결로 더 관심을 끈다.
세계에서 몸값이 제일 비싼 두 선수. 얼마 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동료로 뛰며 우승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적으로 만났다.
둘은 이미 한 번 세계 최고 몸값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펼친 적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09년 9,400만 유로(1,211억)의 이적료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주고 호날두를 데려왔다. 그 때부터 호날두는 세계에서 몸값이 제일 비싼 선수가 됐다. 2013년 토트넘에서 뛰던 베일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그때 레알 마드리드가 발표한 이적료는 9,100만 유로였다. 슈퍼스타 호날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온라인 포털 사이트 ‘풋볼리크스(Football Leaks)’에서 발표한 베일의 진짜 이적료는 1억 유로(1,289억)가 넘었다. 자존심 강한 호날두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을 거다.
이처럼 두 선수는 두말할 필요 없는 세계 최고지만 이번 대회 들어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호날두는 모두가 기다리는 최고의 경기력이 아직 안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도 조별리그에서 3무, 16강에서는 90분은 0-0 무승부에 연장전 1-0 승리, 8강도 1-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이겼다. 한마디로 90분 경기만 보면 단 1승도 없다.
포르투갈 경기는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높다.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호날두를 가장 먼저 찾고 때로는 다른 선수가 더 좋은 위치에 있는데도 호날두에게 무리하게 패스 하는 장면들도 보인다.
호날두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조금 실망스럽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기력보다 동료 선수와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습이 더 아쉽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박지성(35) 이라는 스타가 있었다. 지성이는 우리 팀의 중심이었고 우리가 믿고 보고 따라 갈수 있는 리더였다. 그는 그 누구보다 많이 뛰고 팀을 위해, 동료를 위해 희생했다. 주장이고 스타인 선수가 그렇게 해주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이런 모습을 호날두에게 좀 더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축구 팬으로서 가져 본다.
베일은 호날두와 정반대다.
경기장 안에서의 모습은 정말 박수를 치게 만든다.
경기가 끝나면 공격수인 베일의 유니폼이 항상 가장 많이 더러워져 있다. 베일은 전방부터 그리고 팀이 필요로 하면 자기 진영까지 내려와서 수비도 해주고 태클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슈퍼스타의 모습을 본 동료들이 더욱 힘이 나서 본인이 가진 것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 내고 있는 것 같다.
웨일스의 강점 중 또 하나는 코너킥과 프리킥 같은 세트플레이 상황이다. 벨기에와 8강에서도 웨일스는 코너킥 때마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술도 특이했다. 웨일스 선수들은 코너킥을 할 때 한 곳에 뭉쳐 있다가 킥을 하는 순간 각자 정해진 코스로 뛰어간다. 그러다 보니 상대 수비는 자신의 마크맨을 자주 놓쳤다. 이번 준결승에서 코너킥 때 웨일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웨일스는 경고 누적으로 못 나오는 아론 램지(26ㆍ아스널)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램지는 이번 대회에서 베일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경기를 풀어주고 템포를 조절하면서 다른 동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웨일스는 과연 램지가 빠진 공백을 어떻게 메울까.
포르투갈도 경고 누적으로 미드필드인 윌리엄 카르발류(24ㆍ스포르팅 리스본)가 빠진다. 이 역시 팀에 아주 큰 손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뼈아픈 건 중앙 수비수인 페페(33ㆍ레알 마드리드)가 부상으로 결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페페는 허벅지를 다쳐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페페가 없으면 포르투갈은 큰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페페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 믿음이 갔다. 풍부한 경험과 수비력은 물론 공중볼 상황을 거의 모두 처리하면서 수비에 큰 안정감을 줬다.
호날두와 베일을 제외하고 두 나라 팬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선수는 또 누가 있을까.
포르투갈 팬들은 8강전 이후 헤나투 산체스(19ㆍ벤피카)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산체스를 처음 본 건 바이에른 뮌헨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벤피카와 경기할 때였다. 열여덟 살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친구가 바이에른 뮌헨의 아르투로 비달(29ㆍ바이에른 뮌헨)에게 전혀 기죽지 않고 자기 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1997년생이!! 우리나라 이승우(18)보다 1살 밖에 많지 않은 나이다. 쉽게 말하면 이제 대학교 1학년 새내기 ㅋㅋㅋㅋ
이 선수의 몸을 보면 정말 괴물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기술, 파워, 스피드 모든 것을 고루 갖췄다. 그러나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공을 잡으면 항상 도전하려는 자세다. 기회가 되면 이 선수는 항상 골문 쪽으로 겁 없이 전진한다.
웨일스는 8강에서 환상의 개인기로 벨기에를 침몰 시킨 할 롭슨 카누(27)에게 기대를 건다.
지난 시즌까지 잉글랜드 2부 리그 레딩에서 뛰다가 6월 30일로 계약이 만료되면서 지금은 무소속 상태다.
나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나갔을 때 프라이부르크와 계약이 끝나 무소속 상태였다. 하하하. 선수에게 소속팀이 없는 게 불안한 요소일 수 있지만 큰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오히려 이적료 없는 무소속 상태가 팀을 찾는데 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나도 월드컵이 끝난 직후 스코틀랜드 셀틱과 계약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카누가 보여준 경기력이면 다음 시즌에 뛸 팀을 찾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준결승은 이름값만 놓고 보면 프랑스와 독일의 다른 4강보다 관심을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인 호날두와 베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두 슈퍼스타가 동료와 어떻게 융화돼 팀을 이끌어 갈 것인가 만으로도 꼭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호날두와 베일의 프리킥 대결도 놓치지 말자.
두 선수 다 거의 같은 테크닉으로 직접 프리킥을 찬다. 베일은 이번 대회에서만 두 번의 직접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린 반면 호날두는 지금까지 세 번의 월드컵과 네 번의 유로에 참가해 총 40번의 직접 프리킥을 시도했지만 단 한 골도 못 넣는 수모를 겪고 있다.
소속 팀에서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밥 먹듯 성공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줬던 호날두가 언제쯤 메이저 대회에서도 직접 프리킥으로 득점할까.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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