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일(현지시간) 북한 인권유린을 이유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 북한 정권 실세 15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단기간 한반도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이번 조치 배경에는 인권을 지렛대로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전략적 노림수가 엿보인다. 북한 체제가 보장하는 ‘익명성’(匿名性)에 숨어 북한 주민을 탄압해온 노동당과 내각의 ‘테크노크라트’에게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1990년대 유고 내전 책임자들과 마찬가지로 국제 사법재판소의 단죄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것이다.
미 국무부는 미 의회에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나열한 인권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명단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급 인사 대부분이 포함된 제재 대상자는 미국 입국 금지와 함께 미국 내 자금 동결 및 거래 중단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인권 혐의만으로 3국 지도자를 제재하는 것은 처음으로 외교가에서는 대북 제재의 완결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향후 상당기간 북한과의 관계회복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핵심 인사 및 기관을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의 중요성은 북한 정권 중간 관리자들이 ‘익명성’(Anonimity)을 상실하게 됐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권유린 책임자 명단 공개는 북한 정권의 중ㆍ하위 실무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핵과 인권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으로 이전에도 인권 침해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올린 인물들은 끝까지 단죄한 전례가 없지 않다. ‘인종 청소’ 등 반인도적 범죄가 횡행한 유고 내전 종료 이후 ‘유고 형사재판소’를 설치해 라도반 카라지치(징역 40년) 등 100여명을 단죄한 게 대표적이다. 국무부 관계자도 ‘유고식 단죄’의 현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날 등록된 고위급 이외에도 상당 수의 중간 관리자 명단을 이미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제수용소 운용과 탈북자 체포에 관여한 관리들과 함께 주민들의 외부 소식 접근을 차단하는 선전선동과 검열담당 관리자 명단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추가적인 명단 공개를 통해 김정은과 북한 지배계층 사이의 간극 확대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 등 북한 정권의 압제에 관여한 개인에 대한 명단을 추가 보고서를 통해 계속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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