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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술품 경매업자 화랑 겸업 금지’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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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술품 경매업자 화랑 겸업 금지’ 만지작

입력
2016.07.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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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이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유통업자에 강력한 법적 의무를 지우는 프랑스 미술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이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유통업자에 강력한 법적 의무를 지우는 프랑스 미술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유통업자는 정부가 구축한 ‘미술품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해 거래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1,000만원 이상의 미술작품 거래 시에는 감정서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경매업을 하는 사람이 화랑이나 미술품 감정을 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잇따른 위작 사건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국내 미술품 유통시장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열린 1차 정책토론회 후속으로 열렸다.

이 교수는 지난 토론회 때 제시한 미술시장 개선 방안에 대해 문체부로부터 법률적인 문제까지 검토한 구체안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가안’을 주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법률 가안을 통해 미술품 거래 투명화 방안, 경매업자의 겸업 금지 규정, 미술품 유통업을 경매업(문체부로부터 허가)ㆍ화랑업(등록)ㆍ기타 판매업(신고)으로 구분하고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 등을 설립해 수사나 재판상 필요한 감정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프랑스와 미국의 감정ㆍ유통 전문가가 참석해 해외 사례도 발표했다.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은 “프랑스에서는 판매자가 보증서ㆍ감정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감정 전문가 동반을 강력하게 권고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프랑스의 알렉시스 푸놀 변호사는 “판매자는 미술품 거래 전 문서로 작품의 진위를 보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래 후에도 판매자ㆍ구매자 및 가격 정보 등이 담긴 문서를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린다 셀빈 미국감정가협회 회장은 “미국 감정가들은 협회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미국에서 통용되는 감정기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대희 교수의 법률 가안이나 해외 참석자들의 발표 내용으로 볼 때 문체부가 미술유통시장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위작 논란은 미술시장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현행법으로만 규제하기에는 사안이 위중해 고심 끝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안인 만큼 8월 내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며 “이대희 교수의 제안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에 적잖은 우려를 표시했다. 미술 전문인 캐슬린 킴 변호사는 “미술시장이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지만 국가가 이 정도까지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규제로 인한 이익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우홍 화랑협회장은 “이대희 교수가 미술계 실상을 잘 알지 못해 법제화에만 급급하지 않았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미술 컨설팅업체 굿윌어드바이저리 김형철 대표도 “법안을 논의할 때는 늘 누구를 보호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유통업자 규제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도로 최소화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술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 이어 8일에도 고궁박물관에서 프랑스와 미국의 감정 교육 제도를 들여다보고 토론하는 심화워크숍이 열린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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