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중 무역 규제 '행정명령'
지난달엔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
4차 핵실험 후 잇따라 강경 대응
"인권유린 책임자 적시 작업 계속"
WMD·경제·인권 등 분야별로
정기적 대북 압박책 내놓을 듯
"국무부 내 부서 간 의견 충돌"
金제대 고비로 숨고르기 관측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소나기 식’ 대북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을 극도로 불신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과 미 의회의 초당적 대북제재법(PL 114-122)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1, 2개월 간격으로 전례 없는 초강경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북한의 대중 무역에 타격을 가한 ‘대북 행정명령’이 발동되고, 지난달 1일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해 국제금융계에서 고립시키더니 6일에는 북한 인권유린의 최종 책임자로 김정은을 지목하고 제재대상 목록에 올렸다.
이번 제재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월 18일 서명한 첫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따른 조치로, 이 법은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인권유린과 내부검열에 책임 있는 북한 인사들과 그 구체적인 행위들을 파악해 120일 이내에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은과 국방위 및 노동당 간부들이 행한 인권유린과 내부검열 내용과 책임에 대해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술할 것"을 적시하고 있는 법의 규정에 따른 보고시한은 지난달 16일이었으나 내부 조율과정에서 다소 늦춰졌다.
이번 조치가 대북 제재의 완결판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인권유린 책임자에 대한 조사와 그들을 제재대상으로 적시하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대북 압박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 소식통도 “대북제재법의 구조상 ▦대량살상무기 ▦자금세탁방지 ▦사이버안보 ▦북한인권 등에서 당분간 미 행정부가 분야별로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대북 압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대북제재법에 따르면 ▦사이버테러 ▦대외 금수조치 ▦탈북자 보호 ▦북한 정치범 수용소 현황 등과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구체적인 대북 압박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이 법 205조에는 법 최초 시행 6개월 이전까지 대북 금수조치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의 공항ㆍ항구 명단의 제출과 함께 이후 매년 명단의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209조는 소니 해킹처럼 북한의 사이버테러 정보 및 책임자 명단을 작성토록 하고 있다.
또 탈북자를 붙잡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북한 정권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내보낸 근로자를 받아들인 국가 명단을 법 시행 6개월 이내 미 의회에 제출토로 규정(302조)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와 별도로 북한 인권유린의 온상인 ‘정치범 수용소’의 ▦정확한 위치 ▦수용 인원 ▦수용소 내부의 생산물 ▦해당 생산물의 소비자 등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요구한 보고서 중 상당수는 민감한 내용 탓에 비밀문서로 분류되지만, 북한의 사이버테러 행태와 그 책임자에 대한 정보는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미국 시민을 억류하는 등 북한 정권의 비인도적 행태가 담긴 자료를 90일 간격으로 작성해 일반에 알려야 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제재를 고비로 미국이 대북 압박의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 제재와 관련, 국무부 내부에서도 남북ㆍ북미관계를 중시하는 파트와 인권을 강조하는 부서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술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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