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사이 모든 통로 즉시 차단”
북한은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자로 지목한 데 대해 ‘선전포고’라고 규정하면서 “이제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우리 공화국의 전시법에 따라 처리되게 될 것”이라고 8일 선언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6일 미국은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우리의 인권문제와 관련한 국무성 보고서와 그에 따르는 재무성 특별제재대상 명단을 발표하면서 감히 우리 최고수뇌부를 걸고 드는 무엄하기 그지없는 망동을 부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감히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린 이번 제재조치를 즉시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철회하여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 조미(북미) 사이의 모든 외교적 접촉공간과 통로는 즉시 차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책동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최악의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미국의 적대 행위를 단호히 분쇄해버리기 위한 초강경 대응 조치들을 취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는 특대형 범죄를 감행하는 것으로써 우리와의 전면대결에서 ‘붉은선’을 넘어선 이상 우리는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들을 다 취해나갈 권리를 정정당당히 보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아울러 “미국은 우리의 첫 수소탄 시험과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시험발사의 완전성공 등 핵억제력의 비약적 발전에 당황망조해 ‘제재압박’이라는 단발마적 발악에 매여 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우리 군대와 인민이 심장을 다 바쳐 받들어 모시고 따르는 우리의 최고 수뇌부는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의 상징이며, 우리 천만군민의 운명의 전부”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의 강력 반발로 동북아 정세는 다시 출렁일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북한이 이번 조치에 대응해 군사적 도발에 나설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뿐만 아니라 국지 도발에 나설 경우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남북이 대화의 문을 꽁꽁 닫은 만큼 조그만 충돌로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밖에 없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남북 관계가 아무리 바닥이라고 하더라도 이 바닥이 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충돌까지는 아니더라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북한이 북중 관계를 고려해 무력 시위까지 벌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것 같지만 대화를 하기 위한 양측의 기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잘못 운신했다가는 남북관계를 이끌고 가는 데 있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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