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수감번호(723)가 달린 하늘색 반팔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서 후배 검사들을 마주했다. 그는 ‘특수통’ 칼잡이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해서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어떤 주장도 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도형) 심리로 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홍 변호사는 재판진행 절차에 관한 의견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일어서서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그의 변호인은 “기록이 7,000쪽 정도여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혀 재판은 별다른 공방 없이 마무리됐다. 홍 변호사는 조세범처벌법 등 자신의 혐의에 관한 법리 적용을 놓고 재판장과 검사가 얘기할 때는 펜을 들고 메모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선 동양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피해 여성 2명이 “재판장님, 전관의 ‘몰래 변론’도 파헤쳐 주세요. 몇 년째 고통 받고 있어요”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홍 변호사가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수사에서 몰래 변론으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8월 10일로 잡으면서, 홍 변호사 측에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히고 의견서 등을 내라고 명령했다.
홍 변호사는 2015년 8월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정운호(51ㆍ수감 중)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등의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을 떠난 직후 변호사로 개업한 2011년 9월 서울메트로 1~4호선 매장 임대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 등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정 대표 측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홍 변호사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변호사 수임료를 축소 신고하는 식으로 수임료 35억원을 누락해 15억원 가량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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