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잠을 자고 싶어요.”
목소리는 떨렸지만 생기 어린 얼굴에선 함박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머리 위에선 가장 크고 화려한 왕관이 빛나고 있었다.
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60회 2016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1위)에 뽑힌 김진솔(22) 씨는 “60번째 주인공이라 더 기쁘다”며 감격에 젖었다.
진선미 당선자 발표만을 남겨둔 순간, 모든 후보들의 간절한 소망은 가장 늦게 이름이 불리는 것이다. 그 마지막 꿈을 이룬 진솔씨는 “그동안 노력했던 만큼 잘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가 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역예선에서 뽑힌 뒤 합숙교육 기간 2차 심사를 통해 본선에 올라왔다. 2차 심사에 통과한 뒤에도 합숙을 하며 미스코리아에게 필요한 교양과 덕목을 쌓아야 했다.
진솔씨는 “합숙 기간 힘들고 지칠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또 “서울지역예선에서 진으로 선발된 후 타이틀의 무게감 때문에 두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합숙을 하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영광의 밤은 본선에 함께 오른 동료들과 함께한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진솔씨가 한껏 들떴다. 주말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회포를 풀 생각이다. “잠이 많아서 합숙 기간에 좀 힘들었다”는 진솔씨는 “우선 밀린 잠을 푹 잔 뒤에 가족들과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고 싶다”고 했다.
숙명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진솔씨의 꿈은 광고디렉터다. 여행을 좋아하고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즐길 만큼 활동적이다. 미스코리아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도약대다. 진솔씨는 “미스코리아로서 책임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며 “존경받는 대한민국 여성 리더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본선 무대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동안 마음껏 먹지 못했던 것이 큰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진솔씨는 눈빛을 반짝이며 큰소리로 “족발”이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미스코리아 동료들도 저마다 닭발, 곱창, 막창, 삼겹살, 소주를 외치며 진솔 씨의 얘기에 한마디씩 보탰다. 무대에서 꺄르르 웃음이 터졌다. 순위가 무의미한 우정이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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