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언니가 울었다. 기쁨의 눈물이 아니다. 동생에게 미안해서, 혼자만 당선된 게 마음이 아파서, 절로 눈물이 났다.
김민정(20)씨와 나경씨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60년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함께 오른 쌍둥이 자매다. 하지만 언니 민정씨만 미에 뽑혔다. 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60회 미스코리아 대회가 끝난 뒤 민정씨는 “미스코리아 미에 당선돼 기쁘지만 합숙을 하며 함께 고생한 동생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일란성처럼 꼭 닮은 민정씨와 나경씨는 평생을 함께했다. 같은 초·중·고를 졸업해 지금도 같은 대학에 다닌다.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 없는 자매는 미스코리아 출전을 위해 처음으로 헤어졌다. 동생 나경씨가 먼저 경북지역예선에 참가해 당선됐고, 한 달여 뒤 민정씨가 대구지역예선에서 뽑혔다. 이후로는 다시 ‘함께’다. 합숙교육과 2차 심사도 무난히 통과해 본선 무대에 함께 올랐고, 본선 중간에 발표된 최종 진출자 15명에도 들었다. 먼저 이름이 호명된 언니 민정씨는 마지막 15번째로 나경씨의 이름이 불리자 동생을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그러고는 누구보다 크고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가슴 떨리는 당선자 발표의 시간. 일찌감치 미에 호명돼 왕관을 쓴 민정씨는 동생의 이름이 불리길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쩌면 선이나 진일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혹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까지 동생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미에 뽑혔을 때도 눈물 한 방울 내비치지 않았던 그다. 민정씨는 “몰래 울었는데 그 모습을 봤냐”며 부끄러워하더니 “지역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으니 괜찮다”고 다시 씩씩하게 웃었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은 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본래 자리로 돌아가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당선자 자격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민정씨는 무대 한편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나경씨를 다정한 눈길로 돌아봤다. 자매의 우애는 왕관보다 빛났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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