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의 ‘원맨 팀’이라 불리던 포르투갈이 호날두 없이 우승했다.
포르투갈은 11일(한국시간)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에서 홈팀 프랑스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눌렀다. 후반 34분 교체로 들어간 에데르(29ㆍ릴)가 연장 후반 4분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은 월드컵과 유로를 통틀어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서는 호날두의 눈물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전반 시작 6분 만에 프랑스 디미트리 파예(29ㆍ웨스트햄)에게 무릎이꺾이는 태클을 당해 쓰러졌다. 호날두는 벤치에서 붕대를 칭칭 감은 뒤 뛰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주저앉았다.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호날두는 전반 25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오며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페르난도 산토스(62) 포르투갈 감독과 동료들은 물론 적장인 디디에 데샹(48) 프랑스 감독까지 호날두에게 위로를 건넸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호날두가 빠지면서 프랑스가 손쉽게 이길 거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전ㆍ후반 90분을 잘 버틴 뒤 연장 후반 에데르의 결승골로 레블뢰 군단(푸른색이라는 뜻. 프랑스대표팀 별명)을 침몰시켰다. 이날 철벽 수비를 보여준 페페(33ㆍ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를 잃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우리는 그를 위해 반드시 이기자고 했고, 필드에서 전사가 돼 결국 해냈다”고 기뻐했다.
호날두는 우승 뒤 트로피를 들며 또 한 번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프로에서는 우승을 밥 먹듯 하면서도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던 한을 풀었다.
호날두는 예전에도 유로 무대에서 눈물을 쏟은 적이 있다.
포르투갈은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04에서 결승까지 올랐다.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루이스 피구(44)와 만 열 아홉 살의 호날두를 앞세워 우승을 노렸지만 그리스에 일격을 당해 0-1로 패했다. 앳된 모습의 호날두는 경기 뒤 오열하며 포르투갈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12년 전 아픔의 눈물을 기쁨의 눈물로 바꾼 그는 “오늘 많이 울었지만 우승을 해서 너무 기쁘다. 유로 2004 이후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상 상황에 대해 “다시 뛰려고 했지만 무릎이 부어 불가능했다.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돌아봤다.
호날두는 발롱도르(FIFA가 매년 1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상)도 예약했다.
호날두는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발롱도르를 품었지만 2015에는 라이벌 리오넬 메시(29ㆍ바르셀로나)에게 밀렸다. 올해는 지난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유로까지 제패한 호날두의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호날두에게 부상을 입힌 파예는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그의 SNS는 비신사적인 파울을 욕하는 글로 도배돼 있다.
한편 대회 골든 부트(득점왕)는 6골을 넣은 프랑스 앙투안 그리즈만(25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돌아갔다. 포르투갈은 우승으로 2,550만 유로(322억 원)를 받는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오르는 동안 챙긴 1,750만 유로(221억 원)의 수당과 우승 상금 800만 유로(101억 원)를 합친 금액이다.
유로 우승의 총 상금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약 1,000억 원을 번 레알 마드리드의 절반도 안 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이 받은 406억 원에도 못 비친다. 하지만 최근 막을 내린 코파 아메리카 2016의 우승 총상금(74억 원)보다는 훨씬 많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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