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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더민주 의원들, ‘대학로 무대’에 서다

입력
2016.07.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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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13일 ‘대학로’연극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도종환 유은혜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두 사람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박대출 염동열 한선교 의원 등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연극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는 중년의 정치인들이 ‘연극의 성지’로 불리는 대학로에 나타난 사연은 무엇일까요.

도종환(왼쪽)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명륜동에서 '검열언어의 정치학'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도종환(왼쪽)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명륜동에서 '검열언어의 정치학'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물론 이들 여야 국회의원들이 실제 무대에서 연기를 한 것은 아닙니다. 도종환 유은혜 더민주 의원은 서울 명륜동의 나온씨어터에서 진행된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앙코르 공연 첫날인 이날 관객과 대화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문화예술계를 강타한 ‘검열 파문’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2015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회의장이 주 무대로, 특히 두 의원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은 물론이고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이 줄줄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때문에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의원이 응원 차 공연장을 직접 찾게 된 겁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 도종환 유은혜 의원 역을 맡은 배우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자신(?)의 모습을 본 도 의원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연극은 전작 ‘개구리’에서 전직 대통령 등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 지원사업에서 제외된 박근형 연출가를 둘러싼 검열파문에 대한 지난해 교문위 국정감사로 시작됩니다. 도 의원 역을 맡은 배우는 한국문화예술위가 박근형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심사에서 탈락시켜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던 당시 회의 속기록의 대사를 그대로 읊습니다.

이 같이 배우가 해당 내용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 진실을 보여주는 형식은 ‘버바텀 (verbatim) 시어터’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버바텀은 ‘말 그대로’를 뜻하는 단어로 21세기 이후 영국에서 매우 각광받는 연극 형식이라는데요, 이 작품 속에서는 검열파문을 둘러싼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 의원들과 “국가와 대통령을 비판, 국격을 훼손하는 작품은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이 극 속에서 팽팽하게 맞부딪힙니다. 또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2004년 8월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X잡놈’ ‘노가리’등의 극언을 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잣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도종환(왼쪽부터 두번째) 유은혜(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명륜동에서 열린 '검열언어의 정치학'공연 후 배우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도종환(왼쪽부터 두번째) 유은혜(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명륜동에서 열린 '검열언어의 정치학'공연 후 배우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공연이 끝난 후 도 의원은 “실제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있던 일이 연극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앞으로 질의할 때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신경이 쓰일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유 의원은 박명진 위원장과 박대출 의원의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를 언급하며 “캐릭터 연구를 정말 꼼꼼하게 하신 것 같다”고 칭찬한 뒤 “연극의 힘을 실감했다. 의정활동을 예리하게 분석한 공연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두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더민주 소속 교문위원들도 소극장에 출동했다고 하는데요, 김병욱 박경미 손혜원 신동근 조승래 의원도 객석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죠. 도 의원과 유 의원은 연극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화예술 검열문제에 대해 “이번 국감에서든 이 문제에 대해 꼭 다시 환기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야 창작활동도 가능해진다”며 20대 국회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연극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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