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터키 리스크’
쿠데타 후 美 이용 공군기지 폐쇄
관광업 추락 가속… 경제 위기 우려
터키 군부의 쿠데타가 실패에 그쳐 에르도안 정권이 전복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테러 전략, 난민위기 대책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불어 잇따른 테러로 경직됐던 터키 경제는 정정불안이 겹치면서 더욱 빠르게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와 맞서고 있는 터키의 지정학적 특성 탓에 쿠데타 시도가 국제사회에 끼칠 파장은 예상보다 막대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미 CNN 등의 분석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방을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하면서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견제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귈렌을 추방하지 않고 버틸 경우 나토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막강한 화력을 지닌 터키가 대테러전에서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고, 결국 서방사회의 중동전략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터키정부는 그동안 미공군이 이용해온 인지를릭 공군기지를 쿠데타 시도가 이뤄진 15일 이후 폐쇄했다. 미군 소유 B61폭탄 등 약 90기의 핵폭탄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지의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미군이 입을 전략적인 피해는 막대할 전망이다. IS공격을 위해 운용하던 F-15전폭기 등도 모두 발이 묶여있음은 물론이다.
쿠데타 시도 이후 터키의 혼란이 심화되면 유럽의 난민위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터키는 그동안 서유럽으로 쏟아져들어오는 난민을 사실상 통제하는 중대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터키는 유럽 난민위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가장 주요한 국가이기 때문에 쿠데타 시도가 끼칠 영향에 전 유럽이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단기 유동성에 의존도가 높은 터키 경제가 쿠데타라는 위험 변인의 등장으로 급격히 위기상황에 처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관광지 주변 테러가 잇따르면서 추락한 관광업이 재차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FT는 “터키 외환시장의 주요한 척도가 되는 관광산업은 테러만으로도 이미 빈사상태에 놓여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