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군부 쿠데타는 SNS 활용도에 성패가 갈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데타 세력이 전통 미디어인 국영 방송사와 위성 통신망 장악에 집중하는 동안, 터키 정부는 민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면서 쿠데타 상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갔다는 것이다.
휴가 중이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하자 16일 0시 24분(현지 시간) CNN 투르크와의 휴대전화 화상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쿠데타 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지금 수도 앙카라로 복귀 중인 만큼 쿠데타는 곧 진압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얼굴이 휴대전화 화상을 통해 전파를 타자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터키 국민의 결집을 촉구하는 한편, 쿠데타 모의 세력에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을 지지자하는 시민들 역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거리로 나서라’는 메시지를 재확산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에르도안 측근들도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쿠데타 세력 격퇴와 통제권 회복을 준비했다. 또 인터넷이 일시 불통되자 “반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지해 달라”는 에르도안 대통령 서명이 담긴 메시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전국에 뿌렸다. 반면, 쿠데타 세력은 봉기 직후 국영 방송사와 위성통신망을 장악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SNS를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정부군은 그러나 쿠데타의 결말을 알리는 데에는 전통 미디어인 TV 방송을 활용했다. 쿠데타 실패 직후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다리에서 군인 수십 명이 무기를 버린 채 손을 들고 투항하는 모습은 TV방송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아킨 윈베르 터키 카디르하스 대학교수는 “정부가 전통적인 수단과 21세기 수단을 흥미롭게 섞은 전략을 사용했다”고 분석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단시간에 지지자를 결집하고 공격적으로 쿠데타 세력을 격퇴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간 반체제 세력의 소셜미디어를 탄압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작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수호했다는 건 역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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