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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더 맞고 혼나더라도 국민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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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더 맞고 혼나더라도 국민 설득해야”

입력
2016.07.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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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등 갈등 관리능력 부재 질타

“국론 분열 안보정책은 성공 못해

국민적 합의가 대외협상력 높여”

“국익 차원 대승적 이해도 필요

朴대통령, 여야 대표에 설명을”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이 지난 15일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성난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투척, 군청 현관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이 지난 15일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성난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투척, 군청 현관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들은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을 전후해 격화하는 국내외 갈등과 관련해 정부의 관리능력 부재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선 정부가 결정 과정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충분한 공론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주변국 설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불안정한 한반도 및 동아시아 상황에서 대외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주문이 많았다. 교육부 고위 공직자의 막말, 현직 검사장의 뇌물 주식 등 집권 말기 현상을 보이는 공직기강을 조속히 다잡아야 한다는 요청도 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김영삼정부)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 안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사전에 국민은 물론 국회와 협의도 없었다”며 “정부가 늦출 듯 하다 느닷없이 결정하니 갈등이 폭발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였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한마음이 되는 게 가장 큰 안보”라며 “사드 배치와 같은 안보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어리석은 정치”라고 박근혜정부의 미숙함을 비판했다. 이어 “배치 결정 이전뿐 아니라 이후에도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국민을 갈라놓는 안보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를 방문,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계란ㆍ물병 세례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정부의 낮은 자세를 요구했다. 이 전 정무수석은 “황 총리가 더 맞고 혼나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단지 성주군민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국가 안보가 곧 내 안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이명박정부)도 “국정 책임자들이 끝까지 설득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황 총리가 성주 방문 이후 ‘이 정도 매를 맞으면 용서해 주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속적인 설득을 당부했다. 정부가 황 총리 등에 대한 계란ㆍ물병 세례에 대해 수사에 착수, 엄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 오히려 국민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대중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직무대행을 맡은 총리가 6시간 반 동안 성주에 갇혀 있었다”며 “이런 사태조차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총체적인 위기관리 능력의 상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황 총리가 무턱대고 경북 성주에 내려간 것은 해당 지역민의 절박한 심경을 달래 주기 보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만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사안을 둘러싸고 국내 갈등이 격하게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명박정부)은 “국익 차원의 정부 결정에 대해 대승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결정 과정의 소통 부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을 불러 충분히 설명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반대론자’인 문 의원도 “배치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정부 간 합의로 배치를 전제할 경우에는 정치권과 국민들도 그간의 반대 일변도의 태도에서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국내적으로는 진심을 다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대중ㆍ대러 외교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유선호 전 청와대(김대중정부) 정무수석도 “이미 정부가 결정을 내린 만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갈등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ㆍ현 정부 인사와 전문가들이 중국이 가진 의구심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명박정부)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들은 늘 갑자기 발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신속히 결정해야 할 일을 그렇게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ㆍ개돼지’ 막말 논란과 ‘주식 대박’ 의혹 끝에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 사태, 정부가 주도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이 전 정무수석은 나 전 기획관 등의 문제에 대해 “국민은 항상 혼내고 ‘다뤄야 할 사람들’로 생각하는 잘못된 공직자 의식이 문제”이라며 “대통령부터 국민의 협조를 구하기 보다 국민을 지도하려는 생각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 비상대책위원장은 집권 말기 공직기강의 해이를 원인으로 꼽고, 국민적 충격을 감안해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논란은) 청와대의 늑장대응이 근본적 문제”라며 “집권 말기의 공직기강 해이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는데 현 정부가 그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정무수석은 “급속히 진행된 개인화와 양극화 속에 일부 공직자들의 의식에서 배제의 논리가 포용의 논리보다 우선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공동체 위기의 징후인 만큼 미래를 위한 담론 생산의 기능 복원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전 전 감사원장은 “현 정부의 구조조정은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해결 시기를 놓쳤다는 게 핵심”이라며 “외환위기 사태 이후 조선 업계와 같은 인력 집약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됐음에도 현 정부가 포퓰리즘에 흔들려 너무 늦게 대응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역대 대통령 참모들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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