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7월 18일
인류 최대ㆍ최악의 정치 사상서로 꼽히는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나의 투쟁 Mein Kampf’이 1925년 7월 18일 나치 출판사 프란츠 에어(Franz Eher)에서 출간됐다. 23년 11월 뮌헨 쿠데타 실패로 투옥된 히틀러가 9개월 수감 기간 루돌프 헤스에게 받아 쓰게 한 책이다.
마르크스의 역사운동 법칙인 계급투쟁을 ‘인종투쟁’으로 치환해, 우수한 아리아 인이 유대인을 몰아내야 한다는 게 책의 요지. 그에 따르면 인류는 인종별로 문화 창조자와 지지지, 파괴자로 나뉘는데, 창조자는 오직 아리안이고 유대인은 파괴자이며 나머지는 잘 해봐야 지지자일 뿐이다. 독일의 시련은 모두 유대인의 음모 때문이고, 음모를 극복하자면 음모의 산물인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먼저 뿌리뽑아야 하며, 안으로는 아리안 혈통의 정수인 독일이 중심이 돼 아리안 순혈성을 지키고, 밖으로는 독일이 재무장해 영국ㆍ 이탈리아와 함께 프랑스와 동유럽, 나아가 소련을 격파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 밖에도 건축과 음악을 예술의 으뜸으로 쳤고, 연극을 저급 예술로 매도했고, 담배를 백해무익한 독물로 규정했다.
그가 달았던 책 제목은 ‘거짓과 어리석음, 비겁함에 맞선 4년 반 동안의 투쟁’이었지만 당시 출판사 대표였던 막스 아만(Max Amann, 1891~1957)이 너무 길다며 ‘나의 투쟁’으로 줄였다고 알려져 있다. 아만은 나치 당 출판부장과 제국언론회 회장 등을 지내며 언론 탄압과 친위대기관지 등 인쇄 선전물 제작을 총괄했던 인물로, 전후 재산 몰수와 함께 10년 형을 선고 받고 53년 가석방된 뒤 가난 속에 사망했다. 책의 저작권은 바이에른주 정부가 승계 받았다.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사망한 45년 이후 70년이던 지난 해(2015년) 저작권이 소멸됐지만, 2014년 6월 독일 연방 및 각 주 법무장관들은 이후로도 책의 독일 내 재출간 및 판매를 금지하며, 단 비판적 주석을 단 학술서는 예외로 인정키로 결정했다. 독일은 그 의미를 “불관용과 외국인 혐오증, 반유대주의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메시지”라 밝혔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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