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에 걸리면 숨 쉬는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서 폐암 진단을 받자마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폐암 진단부터 무척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폐암을 진단하려면 피부를 가르고 폐 조직을 떼내거나, 긴 주사바늘을 폐에 찔러 암세포를 빼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 2가지 진단법은 정확도도 낮고 부작용도 생기기 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 ‘전자기 유도 내비게이션 기관지경술(ENBㆍElectromagnetic Navigation Bronchoscopy)’이 개발돼 폐암 조기 진단과 시술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관지내시경을 환자 입 안에 넣어 폐 안쪽에서 암세포가 있는 곳까지 검사기구가 직접 찾아가도록 설계했다. 위암을 검사할 때 배를 열거나 주사바늘을 찌르지 않고 내시경으로 용종을 떼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 폐암 진단에도 활용된 것이다.
물론 ENB 검사는 폐라는 장기 특성상 위암 검사보다 복잡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보한 영상 정보가 검사시스템을 통해 3D 맵(map)으로 재구성된다. 암세포가 있는 곳으로 의심되는 부위에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폐 내비게이션’이 가동된다. 수술대에 설치된 전자기유도 패드와 환자 가슴부위에 붙인 3개의 패치는 휴대폰의 GPS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검사기구의 정확한 위치 파악과 암세포까지 길안내는 물론 남은 거리도 화면으로 송출한다.
미국 연구결과, 새로운 검사법은 정확도도 높이고, 기흉(氣胸) 등 대표적인 부작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검사로 인한 고통이 크게 줄어든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폐암팀이 이 검사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 지난 6월 첫 검사를 집도했다.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ENB는 기존 검사법보다 월등히 안전하고 정확하면서도 환자 고통은 크게 줄여주는 폐암 진단법”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향후 염색 마커기술 등을 통해 진단을 넘어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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