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전당대회 개막 첫날
“양심투표 조항 표결” 돌발 주장
反트럼프 대의원 반란은 실패
이례적으로 트럼프 첫날부터 등장
멜라니아 첫 대중연설도 성공적
중량감과 감동 부족을 파격과 연출로 만회하려 했지만, 크고 작은 잡음만 잇따랐다. 18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실내체육관인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개막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반 트럼프’대의원의 돌출 소동으로 시작됐다. 특히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첫날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등 공화당 거물 인사들이 대거 불참한 빈자리를 메우려는 등 행사 진행의 파격이 잇따랐다.
나흘 일정의 첫날 행사는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연설이 정점이었다. 모델 출신의 화려한 외모에도 불구, 짙은 슬로베니아 억양 때문에 멜라니아는 그 동안 단 한차례도 대중 연설에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흰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멜라니아는 트럼프를 ‘훌륭한 아빠이자 남편’, ‘가족과 친구, 종업원,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깊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트럼프의 약점으로 꼽히는 인종 문제를 꺼낸 뒤, “트럼프가 벌이는 승부에는 흥분과 드라마가 뒤따른다”고 말해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감동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은 연습을 거친 듯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남편을 미국 지도자로 소개했다며 전당 대회 첫날의 최대 승자로 멜라니아를 지목했다. NBC방송도 멜라니아의 흔치 않은 대중 연설이 트럼프의 부드러운 면을 조명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설 일부가 8년 전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소개하던 미셸 오바마의 원고와 동일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CNN에 따르면 멜라니아는 ‘인생에서 달성하고 싶은 걸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약속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타인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을 어릴 때 배웠다고 말했는데, 미셸도 해당 부분에 대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연설을 했다.
트럼프 캠프는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으나, 트럼프가 뒤늦게 상황을 보고 받은 뒤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다. CNN은 폴 매나포트 선대위원장의 감수까지 받은 연설문에 표절 의혹이 불거진 만큼 관련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내 멜라니아를 소개하기 위한 트럼프의 등장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오후 10시20분 영국 출신 록그룹 퀸의 ‘우리는 챔피언’이 배경 음악으로 울리는 가운데, 반투명의 막에 실루엣을 드러낸 뒤 나타났다. 그는 “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가 될 사람, 저의 아내, 대단한 어머니,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여성을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낮에는 트럼프 반대파 대의원들의 ‘뒤집기’ 시도로 잠시 파행이 빚어졌다. ‘양심 투표’조항을 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돌발 주장이 제기됐으나, 대회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무시했고 압도적으로 많은 ‘친 트럼프’ 대의원의 함성으로 호응했다. 미국 언론들은 전당대회 지도부가 작심하고 트럼프를 위한 행사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가 주제인 이날 행사에는 2012년 벵가지 테러 사건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가 등장,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맹비난했다.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이던 루디 줄리아니도 나서 ‘안전한 미국’을 이끌 적임자로 트럼프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2008년 오바마 연설과 같은 감동은 감지되지 않았다. 뉴저지 주의 명예 대의원 조셉 알레시 변호사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기를 바라지만, 트럼프를 후보로 내놓고 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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