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 감시비용 모금나선 시민단체
판로 막힌 진도 미역 팔며 일일 술집
서울 순회 마치고 내달 지방으로
하루 종일 빗방울이 떨어진 15일 오후 인천 부평역 광장. 리본이 그려진 노란 천막 아래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앉아 막걸리와 소주 잔을 기울였다. 천막 옆에 세워진 노란 지붕을 얹은 1톤 트럭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코다리를 굽고 부추전을 부치느라 분주했다. 천막 앞 탁자 위에는 판매용 미역이 쌓여있었다. 이 미역은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수확한 것이다.
시민단체 ‘우리함께가는길’은 1일 서울 은평구를 시작으로 20일까지 모두 9군데서 ‘생명포차’라 이름 붙여진 일일 포장마차를 열었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마포 경성고 사거리, 서대문구청, 일산 바보주막 등에서 문을 연 일일 포차는 많게는 하루 250여명이 찾았다. 1일에는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1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지한 일정과 장소만 보고 찾아온 자원봉사자들도 많았다. 일일 포차와 전화를 통해 판매한 동거차도 미역은 준비한 1,250봉지(1봉지 40~50인분)가 19일 다 팔려 다시 주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학현(51) 우리함께가는길 대외협력부장은 “세월호 선체 인양과 함께 진실을 밝히는 작업도 다시 시작될 텐데 그러려면 모든 과정을 지켜볼 국민감시단이 필요하다”며 “국민감시단 운영에 필요한 돈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일일 포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주수입원인 미역의 판로가 막힌 동거차도 주민들을 돕기 위해 미역 판매도 함께 하고 있다”며 “수익금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 4ㆍ16연대 등과 상의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일 포차는 22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역을 끝으로 1차 순회를 마친다. 수도권지역을 돌았던 일일 포차는 8월 중순부터 부산 광주 대전 강원 등 지방 대도시로 옮겨 문을 열 예정이다.
오영애(57) 우리함께가는길 대표는 2013년에도 서울, 전주, 대구 등 전국을 돌며 일일 포차를 열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중단 활동을 하다 1인당 200만~400만원씩 벌금형을 받은 활동가들의 벌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오 대표는 “흔히들 세월호 참사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일 포차를 열 장소를 구하는 게 어렵고 이념의 프레임에 자꾸 가두려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만 반대로 여러 분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 따위는 괜찮다”며 “감시단 활동비 마련을 위해 일일 포차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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