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이 천 화백 것과 다르고
밑그림 펜 드로잉 흔적 없어”
서울시립미술관은 일축
“소장자, 작가에게 직접 받아”
검찰이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수사 중인 가운데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한 천경자 화백 1주기 추모전에 가짜 작품이 전시되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미술품 감정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21일 ‘미술품 감정비책’(라의눈 발행)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뉴델리’(1979)가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8월 7일까지 이어지는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에서 ‘뉴델리’를 포함한 천 화백 작품 107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박사는 “전시관을 찾았다 우연히 이 작품(뉴델리)을 보게 됐다”며 “검증을 하면 할수록 가짜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서울대대학원과 명지대대학원에서 감정학 강의를 했다.
이 박사는 ‘뉴델리’ 왼쪽 하단의 서명이 천경자 화백의 서명과 확연히 다른 점을 지적했다. 11점 작품을 비교 대상으로 ‘뉴’를 분석한 결과, ‘뉴델리’에 나타난 획의 삐침이 다른 작품에서 나타난 천경자의 서명 습관과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오자가 있거나 글씨가 뭉개지고 지워져도 개칠을 하지 않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서명에 무심했던 천 화백의 태도를 고려할 때, ‘뉴델리’의 서명은 개칠돼 안료 뭉침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또한 서명을 위조하기 위해 전전긍긍한 근거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이 박사는 또 ‘뉴델리’ 서명을 색 분해한 결과 가짜 서명 아래 더욱 형편없이 위조된 또 다른 서명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림을 보자마자 서명에서 굉장히 긴장한 듯한 기운과 함께 위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뉴델리’가 위작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근거로 밑그림에 펜 드로잉 흔적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천경자 화백은 반드시 검정색 혹은 고동색 펜으로 드로잉을 한 후에 채색에 들어갔는데 ‘뉴델리’에는 펜 드로잉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펜 드로잉 여부는 1973년 이후 천경자 그림의 첫 번째 감정 포인트로서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모든 채색화에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이어 25년째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미인도’ 해결의 실마리도 공개했다. ‘미인도’ 역시 펜 드로잉 필선이 밝게 채색된 부분에서조차 확인되지 않으며, 그려진 인중 모양이 다른 작품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지적하며 그는 “미인도는 확실히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미술품 감정에 대한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점에서 나온 이 책은 사회적 필요를 조금이나마 충족시키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라며 “위작이 일종의 비극이기는 하나 미술품 감정학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 조아라 주무관은 “40년 간 화랑업에 종사해온 임경식 이목화랑 대표가 작가에게 직접 수령 받은 것으로 위작 가능성은 없다”며 “작품 전시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며 추가 감정 등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