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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터키의 황당한 쿠데타

입력
2016.07.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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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군부 쿠데타는 성공적인 것이든 아니든 다음과 같이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른다. 통상 이슬람 종교색 짙은 정치 그룹들이 점점 세력을 키워간다. 군인들이 보기에 이들은 케말 아타튀르크의 세속주의(정교분리)를 반대한다. 길거리에서 폭력이 펼쳐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러면서 군부가 개입한다. 군인들은 무너진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고 세속주의 원칙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달랐다. 일련의 엉터리 재판들로 세속주의파 고위 장교들을 구속한 덕에 레셉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부 위계를 재정비할 수 있었고 자기 사람들을 수뇌부에 앉힐 수 있게 됐다. 국가가 일련의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흔들리고 경제 악화에 직면하고 있는 동안, 군부 안에서 동요가 일어난다거나 에르도안에 저항하려는 기미가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에르도안이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시리아 내전에서 한발 물러서려 하는 것과 함께 최근 러시아, 이스라엘과 화해를 시도하자 터키의 고위 간부들은 분명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쿠데타에 가담한 군인들의 거의 아마추어 같은 행동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참모의 수장을 겨우 손에 넣긴 했지만 에르도안이나 어떤 고위 정치인들을 체포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주요 TV 채널들이 계속 방송되도록 몇 시간 동안 내버려뒀고, 군인들이 방송국 스튜디오에 나타났을 때 그들의 무능은 거의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전투기들이 저공비행 하며 민간인들에게 폭격을 가했고 의회를 공격했다. 쿠르드족 반군 지역이 아닌 곳에서 터키 군부가 하는 것치곤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시민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무장해제당한 불행한 군인들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났다. 군부 쿠데타를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군인들을 사랑하는 나라에선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에르도안은 미국으로 망명한 터키의 종교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을 배후로 지목했다. 과거 에르도안의 동지였으나 지금은 정적인 귈렌은 필라델피아 외곽에서 거대한 이슬람 운동을 이끌고 있다. 에르도안의 주장을 반신반의할 분명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 주장이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다. 우리는 군부 내에 귈렌의 존재감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없었다면 에르도안 정부 초기에 장성들에게 쿠데타 모의 혐의를 씌우려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군부는 귈렌 추종자들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요새다. 에르도안이 이미 경찰, 사법부, 언론 내의 귈렌 추종자들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르도안이 군부 내에서 귈렌 추종자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몇몇 장교가 이미 재판에서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일찌감치 체포됐고, 다음 달에 있을 최고군사회의에서 귈렌 추종자인 장교들을 대거 숙청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니 귈렌 추종자들에겐 쿠데타를 일으킬 동기가 있었다. 쿠데타 공격 시기도 귈렌 추종자들이 개입했을 거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매우 역설적인 점은 에르도안이 오랫동안 두려워하던 세속주의자들의 쿠데타를 한때 에르도안의 지지세력들이 시도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이야말로 에르도안을 제거하려 했다는 수많은 허위 쿠데타 음모를 조작했던 장본인들이다.

그런데 유혈 사태를 동반한 군부 쿠테타는 소위 ‘귈렌 운동’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귈렌 운동은 흔히 무력을 사용하는 폭력보다 은밀한 술책을 선호한다. 터키에서 마지막 거점을 곧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쿠데타는 필사적인 최후의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많은 의문점이 풀리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몇 주간 기이한 우여곡절이 나온다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듯하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좀 더 분명해 보인다. 쿠데타 시도로 인해 에르도안의 적개심은 더욱 커질 것이고 귈렌 운동을 없애기 위해 광범위한 마녀사냥이 벌어질 것이다. 군부 등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직위 해제되고 법규나 무죄 추정 원칙이 무시된 채 붙잡히고 기소될 것이다. 사형제도를 부활시켜 쿠데타 가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심상치 않은 요구가 들린다. 생포된 군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군중의 모습은 터키에 남아있는 모든 정당한 법적 절차 보호장치를 위협하는 과격 급진주의의 전조일 것이다.

쿠데타 시도는 경제에도 좋지 않은 뉴스다. 최근 에르도안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에 다소 피상적인 화해의 손짓을 보낸 건 해외 자본과 관광객 유입을 회복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런 희망이 곧 실현될 것 같진 않다. 터키의 정치적 분열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이번의 쿠데타가 말해주고 있다. 투자자나 관광객에겐 결코 매력적인 환경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실패한 쿠데타가 에르도안에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쿠데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군부를 청소할 이유를 줬으니 이번 쿠데타는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쿠데타가 실패했으니 에르도안은 정치적 순풍을 맞으며 오랫동안 바라던 대로 대통령직을 강화하고 수중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하려 할 것이다.

쿠데타 실패는 에르도안의 권위주의를 강화할 것이며 터키의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장기적 영향으로 인해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부분이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ㆍ경제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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