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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아이돌 못지않은 정치인 팬클럽의 세계

입력
2016.07.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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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팬클럽 ‘심크러쉬’ 창단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린 2016 KARA 동물보호콘서트 'DOG THE FRIEND'에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자신이 키웠던 반려견 '해피'에 관한 이야기와 동물복지법 등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열린 2016 KARA 동물보호콘서트 'DOG THE FRIEND'에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자신이 키웠던 반려견 '해피'에 관한 이야기와 동물복지법 등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가수 빅뱅에게는 ‘VIP’가, 엑소에게는 ‘EXO-L’이라는 팬클럽이 있듯이 정치인들에게도 든든한 팬클럽이 존재합니다. 정치인들의 지지자들은 아이돌 가수의 팬 못지않은 열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데요. 20대 국회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 정의당의 대표 심상정 의원의 공식 팬클럽 ‘심크러쉬’가 24일 국회에서 창단식 겸 팬 미팅을 열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심상정 팬클럽 '심크러쉬'가 24일 창단식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심상정 팬클럽 '심크러쉬'가 24일 창단식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이날 폭염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500명 넘는 팬들은 삼삼오오 행사장인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찾았습니다. 평소의 전사 이미지를 벗고 ‘심블리’(심 대표의 성인 심과 러블리의 합성어)로 거듭난 심 대표는 팬들이 한 목소리로 “심블리 어서와”를 외치자 평소답지 않은 수줍은 미소를 띠고 대회의실에 들어섰습니다. 이날 창단식은 12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대회의실 수용 인원(약 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고 하네요.

심 대표는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소개팅을 앞둔 사람처럼 설레고 초조하고 걱정도 됐다. 이렇게 많이 모이실 줄 몰랐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첫 인사로 시작해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직접 열창하는 등 실제 연예인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쇼맨십을 보였습니다. 전날 노래방에서 밤 늦게까지 연습했다는 심 대표의 노래는 가수 뺨치는 실력은 아니었으나 객석에서는 생후 7개월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팬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하며 환호를 보냈습니다.

유명 정치인들의 지지자들이 팬클럽을 결성해 활동하는 것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처럼 대규모 창단식 겸 팬미팅까지 여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날 행사는 보통의 정치 행사와는 달리 ‘정치인’이 아닌 ‘인간’심상정 알리기와 소통에 방점을 찍어 진행됐는데요. 심 대표에게 팬들이 던진 질문도 정치적 현안이 아닌 “아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눈 앞트임(성형수술)을 할 생각은 없는지”까지 사적인 궁금증들이 주를 이뤘죠. 심 대표 역시 팬클럽을 정치적 도구가 아닌 지지자들과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상정(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공식 팬클럽 '심크러쉬'창단식에서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심상정(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공식 팬클럽 '심크러쉬'창단식에서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심 대표는 이날 행사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정치적 최종 꿈에 대해 “정의당이 명실상부한 대안 정부를 구성 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발 돋음 해 집권도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날 심 대표의 팬클럽 창단도 이 같은 꿈을 이뤄줄 든든한 ‘뒷배’가 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심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왜 팬클럽이 없느냐’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어왔고, 자신이 하는 험난한 정치의 길에 동행하는 사람들과 좀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앞서 직접 팬클럽 창단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관련 영상을 본 시민 3,000명이 온라인으로 가입하며 행사가 열리게 된 겁니다. 이날 창단식을 찾은 팬클럽 회원 이모(28)씨는 “심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그날까지 팬클럽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심 대표와 ‘심크러쉬’처럼 이제 정치인과 팬클럽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 일수록 이 같은 팬클럽의 활동이 활발하기 마련인데요,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는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으로 꼽히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활약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현역 정치인 팬클럽 중 최대 규모인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는 6만7,000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며 박 대통령의 강력한 힘이 되어주기도 했죠.

최근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비 대선주자들의 팬클럽 활동이 활발합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팬클럽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반딧불이)’가 10월 공식 출범을 예고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팬클럽들은 올해 초 ‘문팬’으로 조직을 일원화하며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는 ‘해피스’라는 공식 팬클럽이 존재합니다. 때론 그늘 속의 후원자로, 때로는 전면에 나서 스타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온 팬클럽들이 이번에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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