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으로 결론 냈다.
헌재는 핵심 쟁점인 민간영역인 사립교원ㆍ언론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 점에 대해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부정청탁 관행을 없애고자 하는 청탁금지법의 목적, 교육과 언론의 공공성을 근거로 국가와 사회의 각종 지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이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도 금지한 입법자의 선택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첨예한 쟁점이던 공직자 등의 배우자 금품수수시 신고의무를 부과한 점에 대해 헌재는 “청탁금지법은 금품 등을 받은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둔 게 아니라 배우자가 위법한 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 안 했을 때 의무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헌법이 금지하는 연좌제에 해당되지 않으며 자기책임 원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법이 금하는 ‘부정청탁’개념이나 ‘사회상규’라는 뜻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 위배 소지가 있다는 대한변호사협회 등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선 “14개 유형으로 부정청탁의 유형을 명시해뒀으며, ‘사회상규’의 개념은 형법 20조에 명시돼 있고 대법원이 일관되게 그 의미를 판시해오고 있어 달리 해석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김영란법에서 허용되는 식사비(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 등의 상한 가액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조사비 등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공적 직역 대상자들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 받으면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한다. 아울러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도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았을 때는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2~5배 과태료를 물린다.
이 법은 2010년 ‘스폰서검사’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공직자들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의 입증에 미치지 못해 무죄로 풀려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공직사회 비리ㆍ부패 근절에 법의 구멍이 큰 실태들이 잇따르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직사회 부정ㆍ부패를 일소하고 청렴사회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2011년 제안해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게 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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