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7월 29일
7월 29일은 ‘국제 호랑이의 날’이다. 지구에 남은 가장 거대한 고양이과 맹수인 호랑이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자는 취지로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호랑이 정상회담’에서 저 날을 정했다.
회담에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중국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 등 야생호랑이 서식지 13개국 정상(대표)을 비롯, 월드뱅크 의장 로버트 죌릭, 월드뱅크와 세계자연기금(WWF) 스미소니언 위원회 등이 2008년 출범시킨 ‘글로벌 타이거 이니셔티브(GTI)’ 등 국제환경단체가 참석했다. 그들은 2022년까지 야생 호랑이 개체 수를 2배 늘리자는 데 합의했다. GTI 등에 따르면 한 세기 전 약 1만 마리에 달하던 지구의 야생 호랑이는 2010년 3,200마리로 격감했다.
호랑이 보호의 관건은 서식지 보존과 밀렵 근절이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서식지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최대 밀렵지로 꼽히는 인도 당국의 밀렵 감시와 최대 소비처인 중국의 호랑이 제품 밀수ㆍ유통 단속이 주요 관심사다. 효능이 미심쩍은 약제와 천박한 사치재의 재료로 쓰이는 밀렵된 호랑이는 한 마리당 약 2만5,000~5만 달러(2010년 기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상회담은 총 3억2,900만 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호랑이 한 마리당 약 1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 개체 보호ㆍ확대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4월 WWF는 지구의 야생호랑이가 약 5년 새 3,890마리로 증가, 지난 세기 내내 이어져 온 격감 추세가 비로소 반전됐다고 발표했다. 야생호랑이의 최대 서식처인 인도의 환경당국은 2015년 1월, 보호활동을 전개한 이래 1,411마리에서 2,226마리로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갑자기 늘어난 포식자로 인해 인도의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서울대 수의대 이항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독자적으로 ‘한국호랑이’의 복원 계획을 진행 중인 학자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등 아시아 극동지역에 서식하는 400~500마리의 통칭 ‘아무르 호랑이’와 1920년대 남한서 멸종한 한국호랑이의 유전자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지 않았고 상황이 개선돼 연해주의 호랑이가 늘어나면 국경을 넘어 한반도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그의 목적도 한국호랑이 자체가 아니라 호랑이도 살 수 있는 자연생태계의 복원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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