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비리ㆍ자살 등 잇따르자
4개 TF 구성 “대대적 개혁”
총장 침묵… 수장 의지 의문
예전에도 공염불 다반사로
“과연 제대로 될까” 회의론
현직 검사장으로 첫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 비리 사건, 전관의 지위를 이용해 거액을 받고 사건을 수임한 홍만표 변호사, 폭언과 폭행으로 후배 검사를 죽음으로 내몬 김모 부장검사 등 잇단 비리와 사건을 맞아 검찰이 대대적인 개혁을 표방했다. 그러나 과거 수차례 개혁 시도가 공염불에 그치고 만 전례를 이번에는 과연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은 29일 검찰개혁추진단을 꾸려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개선과 검찰 제도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날 “검찰의 청렴성과 조직문화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국민들의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검찰개혁추진단 구성계획을 발표했다. 김주현 대검 차장이 단장을 맡고 4개 태스크포스(TF)의 팀장은 고검장들과 감찰본부장이 맡았다. ▦청렴문화 확산 TF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 TF ▦검사실 업무 합리화 TF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TF의 4개 TF가 앞으로 청렴강화, 조직문화 개선 등에 대한 방안을 강구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사례들처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 개혁의 운만 띄우다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뇌물 비리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된 이날 검찰 수장인 김수남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나 개혁 입장을 천명하지 않아 수뇌부부터 과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대검 차장을 내세워 이미 3월부터 활동 중이던 TF들을 추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엮어 앞으로 개혁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이다. 결과물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대적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으로는 너무 안이하다는 해석이다. 고검장이 각 TF 팀장을 맡고 있는 검찰개혁추진단에서, 평검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도 미지수다.
검찰의 셀프 개혁으로는 애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검찰 중간간부는 “실효성이 없이 끝난 과거 사례에서 보듯 권력이 자체 개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번 개혁도 시도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진 검사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처럼 형사부 아닌 요직만 거친 사람들이 검찰을 장악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됐는데, 검찰 인사제도 등 핵심이 빠진 방안들로는 검찰의 근본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검찰 고위간부를 지낸 한 원로 변호사는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TF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외부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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