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구속) 검사장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넥슨의 본사 격인 넥슨 일본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넥슨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온 만큼 회사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1인자였던 김 회장의 사퇴로 투자 위축 등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29일 특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사과문을 내고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오늘부로 넥슨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이 부당하게 얻은 넥슨 주식을 팔아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진 지난 3월 이후 김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회장은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너무 죄송해 말씀을 드리기조차 조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법의 판단과 별개로 평생 이번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김 회장과 부인 유정현씨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NXC가 상장사인 넥슨 일본법인(넥슨재팬)을 지배하고, 일본법인이 비상장 한국법인(넥슨코리아)을 지배하는 구조다. 김 회장은 넥슨 일본법인의 등기이사 5명 중 1명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넥슨 관계자는 “김 회장이 기소된 만큼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라며 “NXC 회장직 사퇴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넥슨의 실질 소유주로서의 지위만 유지하게 된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 일본법인과 한국법인 모두 설립 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당장의 경영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주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은 넥슨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유모차업체 ‘스토케’, 블록장난감 거래사이트 ‘브릭링크’ 등 게임 외 업체에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를 해 온 NXC의 보폭도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넥슨은 이날 여성 캐릭터의 성 상품화와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2’의 서비스를 9월29일 종료하기로 했다. 이 게임은 PC방 점유율 순위 106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운 1인칭 총싸움게임(FPS) ‘서든어택’의 후속작으로 넥슨이 약 4년 동안 개발해 출시했으나, 각종 논란과 저조한 이용률로 출시 한 달도 안 돼 서비스를 접게 됐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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