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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미술관 내부 인력 중심 운영이 국민 권익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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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미술관 내부 인력 중심 운영이 국민 권익침해?

입력
2016.08.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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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정보 사이트인 스마트케이에 게재되었던 국민권익위원회의 ‘미술품 및 문화재 전시회 등 운영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 비판 글. 좌담 내용에 첨부되었던 권익위 문건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스마트케이 홈페이지 캡처
미술 정보 사이트인 스마트케이에 게재되었던 국민권익위원회의 ‘미술품 및 문화재 전시회 등 운영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 비판 글. 좌담 내용에 첨부되었던 권익위 문건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스마트케이 홈페이지 캡처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 미술관ㆍ박물관의 불투명한 운영을 지적하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미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6일 미술 전문 온라인 매체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운영하는 ‘스마트케이’(www.koreanart21.com)에 게재된 ‘국민권익위원회의 미술관 투명성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 게시 전날 윤철규 미술정보개발원 대표와 미술평론가 정준모 조은정 최열, 문화평론가 김진녕씨 등의 대담을 정리한 이 글에는 지난 5월 권익위가 만든 자료 한 건이 첨부됐다.

‘미술품 및 문화재 전시회 등 운영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의 20쪽 분량의 권익위 자료는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내부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담고 있었다. 권익위는 소장품 구입이 내부 관계자 중심으로 이뤄져 국민의 다양한 기호와 취향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심사 과정과 회계 처리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권익위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기획하는 전시가 주로 담당 큐레이터 주관으로 행해지며 여기에는 관장이 개입할 여지가 높다는 점을 들어 특정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인력에 의해 제한된 작품 선별이 결과적으로 국민 권익을 침해한다며, 관련 진흥법과 내부 규정을 내년 6월까지 개정해 미술관 운영에 외부 인사의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개정안 추진 전 협의를 위해 권익위가 보낸 자료를 받은 미술관ㆍ박물관들은 “작품 구입과 전시 기획은 관의 고유 영역이자 전문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며 권익위의 과도한 개입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미술관ㆍ박물관은 개별 전시 각각에 대해 한시적으로 자문기관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장치를 갖고 있다”며 “(권익위의 안은)마치 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할 때 다른 병원의 의사나 관계자들을 참여시키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미술관ㆍ박물관 운영을 외부에 맡기라는 권익위 안은 “미술관의 전문성과 정체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미술관의 기본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 권익 침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정부의 행정 처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권익위가 과연 미술관이나 학계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권익위가 제시한 안은 ‘뮤지올로지(박물관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며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나중에 덜컥 발표해버리면 그 뒤에 발생할 문제들은 누가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윤철규 대표는 “국민 권익 차원의 우려는 좋지만 미술 쪽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역행하는 꼴이라 기운이 빠진다”며 정부의 현실적인 접근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자료를 작성한 권익위 경제제도개선과 담당자는 “개인적인 관심으로 진행했던 사안일 뿐 권익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미술계 반발이 심해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 담당자는 또 “문체부가 추진 중인 정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익위 자료는 현재 스마트케이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어 볼 수 없는 상태다. 권익위측이 “검토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국미술정보개발원에 해당 문서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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