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ㆍ부산ㆍ경남 민심투어 시작
여정 중엔 마을회관서 쪽잠
오늘 소록도 방문 예정
“이 시대 가장 큰 비극이 서린 곳 아이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일 세월호 참사의 팽목항을 찾았다. 민초들의 얘기를 듣는 ‘겸허한 경청’(Listening humble) 행보의 첫발이다. 그는 이곳에서 840일이 되도록 희생자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을 만났다. 김 전 대표의 목소리는 유족들을 만난 감정이 채 정리되지 않은 듯 떨렸다. 그는 “유족들과 한참을 얘기하고 함께 울었다”고 했다.
김 전 대표 측은 애초 언론엔 땅끝마을인 전남 해남에서 민심투어를 시작한다는 대략의 여정만 알렸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팽목항행은 “국민 마음의 땅끝에서 시작하자”며 처음부터 작정한 일정이었다. 그는 “팽목항은 이 시대 최고의 비극이 일어난, 아픔이 서린 곳”이라며 “아직까지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곳에 가장 먼저 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 아홉 분을 기다리며 팽목항에 머물고 계신 가족을 뵈니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라면을 함께 먹고 팽목항을 걸으며 2시간 넘게 그분들과 가슴 아픈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적었다. 또 유족의 부탁으로 자신의 휴대폰 번호도 남기고 왔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팽목항에 가보지 못한 것을 늘 마음에 걸려 했다”고 전했다.
전날 진도로 내려가 폐교를 개조해 만든 진도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팽목항으로 향했다. 이날은 의원실의 보좌진 5명과 박민식 전 의원이 동행했다.
‘겸허한 경청’이라는 네이밍에 어울리게 김 전 대표는 밀짚모자에 배낭을 맨 소박한 모습이었다. 면도를 하지 않은 얼굴엔 군데군데 흰 수염이 삐죽삐죽 했다. 민심투어 기간에는 마을회관 등에서 쪽잠을 자고 행선지마다 현지 주민과 간담회를 가지되 언론 공개는 피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대표는 “낮은 자세로 민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팽목항을 떠난 김 전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보건소를 찾았다. 해남군은 3년 연속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 1위를 기록한 지역으로 공공산후조리원 운영, 난임부부 본인부담금 지원 등의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어 강진군의 다산초당, 장흥군의 장흥물축제 등을 들른 그는 이날 밤 보성군 벌교읍 칠동마을회관에서 몸을 뉘었다. 김 전 대표는 2일엔 한센병의 아픔이 있는 소록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일주일 간 전남과 부산ㆍ경남 지역을 돌아본 뒤 7일 상경한다. 김 전 대표 측은 “8월 한 달 간 6, 7일씩 묶어 집중 민심투어를 하고 이후에도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현장에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권에선 지난달 14일 지지 당원 1,500여명이 모인 당 대표 당선 2주년 기념 행사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김 전 대표가 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장흥ㆍ벌교=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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