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용서할 수 없는 폭거” 주일미군도 사정권 시위 추정
“미국, 한국과 연대해 의연하게 대응할 것”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장관은 3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구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부근을 항해하는 선박, 항공기의 피해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내 EEZ 낙하에 대해 “일본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 한국과 연대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방위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약 1,000㎞를 비행해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 서쪽 250㎞ 지점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EEZ에 낙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주중 베이징 일본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 항의했다. 또 자위대 함선 등을 낙하 지점 부근에 파견해 탄두 회수를 위한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 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아키타 지역에는 자위대의 지대공 유도 패트리엇(PAC3)이 배치돼 있어 북한이 이 기지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위력을 과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은 “북한은 1990년대까지 개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사정거리가 1,300km를 넘어 일본 전역이 들어갈 수 있다”며 “북한은 노동 미사일 200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 산하 ‘북한정세 관저 대책실’을 중심으로 긴급 관련정보 수집 및 분석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EEZ에 떨어진 데 대해 일부에서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물론 EEZ는 영해와 달리 타국 선박도 항해의 자유가 있지만 일본도 북한 위협의 사정권에 들어갔음을 북측이 시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일미군 기지 등이 타격권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오전 8시5분쯤 일본 해상에 낙하했으며 일본내 EEZ구역에 떨어진 것은 1998년 일본 열도를 넘어 산리쿠오키(三陸沖)해역 태평양에 대포동1호 덮개 부분이 떨어진 이후 두번째다. 그러나 일본해(동해)에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는 방위성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했다.
아키타(秋田)현 주변의 일본 어민들은 불안과 분노에 떨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현지 어업협동조합 측에 따르면 평소 조업은 연안 중심으로 해 미사일 낙하 추정지까지 나가는 배가 없지만 지역사회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에 확고한 대비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국민에게 신속한 정보를 전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한 뒤 북한이 향후에도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위대의 경계감시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미국, 한국과 연대해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만큼 국제 외교무대를 통해서도 북한에 엄중히 항의할 방침이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은 “일본뿐 아니라 지역,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에 따른 일본 항공기나 선박의 피해는 현재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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