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행은 위험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진정한 위험은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때 다가오는 법. 브라질 여행 중 일어난 위기상황과 그에 대처하는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①현지 안전정보는 숙소에서 얻어라
헤시피(Recife)의 숙소에서 한껏 멋을 낸 솔로 한국인 여행자가 눈에 띄었다. 안전 때문에 맨 얼굴과 검소한 차림이 습관화된 브라질 여행자의 기를 죽이는 자태였다. “생각보다 너무 안전한 것 같아요!” 그녀가 떠나자 숙소 주인이 중얼거렸다. “여기서는 가장 위험한 게 안전불감증인데.”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여행하고, 한국인끼리만 뭉치는 ‘끼리끼리’ 성향은 브라질에선 과감히 버리는 게 좋다. 여행지의 안전에 관한 가장 생생한 정보는 여행자가 모이는 숙소에서 나온다. 특히 숙소 주인 또는 스태프와 충분히 수다를 떤다. 하루에 쓸 만큼의 현금만 들고 다닐 것, 노트북 같은 전자제품은 숙소에 모셔둘 것, 밤에는 무조건 택시 탈 것 등 기본 정보를 제공받는다. 곤혹스럽게 여길 질문에도 브라질 사람들의 특성상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간혹 듣기 싫은 잔인한 사건, 사고조차도.
②저렴한 야간 버스는 되도록 피하라.
벨렝(Belem)에서 상 루이스(Sao Luis)로 이동할 때 워낙 장거리라 밤 버스를 택했다. 숙소 주인은 단 하나의 버스 회사를 추천했다. 어떤 버스 회사는 무장 강도와 결탁한다는 이유였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안내 직원은 값이 저렴한 ‘트랜스 브라질리아’ 버스를 추천했다. 주인이 말한 그 강도 버스였다.
브라질 여행에서 경비를 축내는 요인 중 하나가 교통비다. 이미 고가로 겁을 주는 데다가 볼리비아나 페루와 달리 가격 협상에도 인색한 편. 안전을 고려해 되도록 낮에 이동하려고 애썼지만 지역에 따라 선택의 폭이 좁았다. 값이 싸다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지만 의심해볼 여지는 있다. 물론 밤 버스도 지양한다. 어쩔 수 없다면 그 구간을 이용한 블로거의 경험담을 찾아보거나 숙소에 문의한다. 짐을 버스 선반 위에 올려놓기보다 짐칸에 푹 집어 넣는 것도 브라질식 분실 예방법이다.
③강도를 만나면 아낌없이 내어주자
벨기에 여행자 B는 브라질 친구와 함께 한낮에 포르탈레자(Fortaleza) 해변에 놀러 갔다. 좌우 500m 이내엔 인적을 찾을 수 없이 한가해 안심했다. 풍경에 매료되어 휴대폰을 꺼냈다. 찰칵! 소리와 동시에 코앞에 번쩍이는 물건이 들어왔다. 식칼이었다. 포르투갈어로 한마디 건넨 강도는 5초 만에 그의 소지품을 털어 달아났다. B는 포르투갈어까지 할 줄 아는 자신을 죽도록 원망했다.
브라질의 웬만한 대도시는 ‘위험’이 일상이다. 인기 여행지인 포르탈레자, 사우바도르, 나탈도 마찬가지. 다행히 직접 당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여행자들에게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강도나 도난 사건을 접했다. 그들의 공통된 조언은 단 한 가지. ‘최악의 경우라도 절대 저항하지 말라!’ 목숨을 걸기보단 포기와 망각이 최선이란다.
④한산한 골목은 피하라
사우바도르(Salvador) 역사지구의 중심, 세 광장(Praca da Se) 근처에서였다. 토요일이라 여행자와 현지인들로 숨막힐 정도로 붐볐다. 조금 한산해 보이는 옆길로 새려고 했다. 입구엔 2명의 경찰도 서 있었다. 그때 골목 초입의 상점 주인이 일행을 불러 세웠다. 좌우로 검지를 세차게 흔들면서. “막혀도 그냥 가던 길로 가. 경찰도 소용없어.”
브라질에서 운치 있는 골목길은 도둑과 강도가 가장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도시 어디에나 있는 파벨라(Favela, 빈민촌) 출입은 가급적 삼간다. 번화가 바로 옆 골목일지라도 방심하지 말 것. 되도록 인적 많은 길을 따라 무리 지어 걷는 게 상책이다. 주변이 의심스러우면 상점 앞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⑤현금인출은 은행 안 ATM을 이용하라
리우의 열기에 반한 독일인 여행자 H는 길거리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ATM)는 위험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친히 터미널에 있는 ATM에서 소액의 현금을 뽑았다. 현금을 많이 소지하는 게 불안했기 때문에 3일 후 다시 인출하러 갔다가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그의 통장 잔고는 이미 ‘0’가 돼 있었다.
카드 복제는 남미의 공통된 골칫거리다. 대체로 안전한 여행자수표를 취급하는 은행도 많지 않은 데다가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현금을 뽑을 때는 되도록 은행 안에 설치된 ATM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단기간 여행이면 현금을 분산 보관해 가급적 ATM 이용을 줄이는 게 속 편하다. 부지런하다면 여행용 계좌를 두 개로 분리해 개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출 후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고액의 현금은 깊숙이 감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미끼용 현찰을 주머니에 남겨 둔다.
강미승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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