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사한 미사일보다 비행거리 2배나 늘려 日 자극
열도 발칵… 사전 감지 못해
美 “동맹국 방어 의지 철통”
‘한미일 vs 북중러’ 가속 우려
북한이 3일 일본 열도를 겨냥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대북공조의 틈새를 벌리기 위한 전략적 도발로 평가된다. 일본이 발끈하고, 미국이 가세하고, 이에 중국이 맞상대로 나서면 궁지에 몰린 북한의 활로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 러시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가속화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더욱 굳어질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은 핵 투발 수단인 노동 미사일을 통해 주한미군을 넘어 주일미군까지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달 발사한 노동미사일이 500여㎞ 날아간 데 비해 비행거리를 2배로 늘린 탓이다. 북한이 이달 22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기선제압에 나선 셈이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1,000여km를 비행해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 서쪽 25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으로 침범한 것은 물론이고, 미사일 궤적을 좀더 이어가면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가 배치된 샤리키(車力) 기지가 나온다. 일본을 자극하기 위한 발사라는 의미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전력을 차례로 위협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무수단을 발사했는데, 고도 1,400km까지 올랐다가 400km를 비행해 미국령 괌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남한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3발 발사했다. 이는 유사시 미군증원 전력의 한반도 진입 관문인 부산항 등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북한의 위협으로 간주됐다. 이번에는 노동미사일을 일본 EEZ에 떨어뜨리며 ‘괌 기지→주한미군→주일미군’ 순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한미의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면전에서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은 “한중 간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며 매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러시아 또한 한미의 사드배치 결정에 계속 반발하며 한미일 3각 공조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미일 3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했지만, 또다시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하더라도 내심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로 인한 한반도 주변국간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으면서, 북한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이 자국의 EEZ에 미사일이 떨어진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일본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 한국과 연대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장관은 “낙하 추정해역에 선박 등을 보내 파편 회수에 나서고 있다”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특히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통상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징후를 보이면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을 배치해 요격 태세를 갖추고 동해에 이지스함을 보내지만, 이번 발사에는 이런 대응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본 민영방송 TV아사히가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번 발사가 불의의 일격이라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위기감이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의 도발을 강력 비판했다. 애나 리치-앨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철통 같으며 동맹국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발사도 금지한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며 책임추궁과 국제적 결의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