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단행한 개각을 통해 차기 주자군이 ‘3인방’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가 첫 여성 총리감으로 꼽아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자민당 정조회장을 방위장관에 발탁하면서 기존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地) 전 지방창생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함께 ‘포스트 아베’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자민당에서는 이나다의 발탁을 ‘미래 총리’의 경험을 쌓게 하려는 아베의 의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나다 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25만명의 자위대원과 함께 일본과 세계평화 안정에 기여하고 싶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일미동맹은 물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한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이나다는 당초 경제 분야 각료를 희망했지만 아베 총리가 직접 외교ㆍ안보를 학습할 것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아베가 보수극우파인 이나다를 고집한 것은 동북아 긴장국면에서 방위력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 등 골치 아픈 국내현안도 널려있어 ‘매파’ 방위장관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도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이시바 전 장관은 농림장관 제의를 뿌리치고 차기 총재선거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아베 총리의 임기연장 여부를 연내 결정하겠다고 하자 “아직 3년 임기의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우선순위가 틀렸다”고 목소리를 냈다.
기시다 외무장관은 화려한 외교무대에서 성과를 이어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의 파벌에선 이나다 방위장관이 급부상하는 상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국에서 ‘아베 아바타’로 불리는 이나다를 견제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실제 방위성 내에선 “이나다의 돌출 언행으로 중국과 한국을 자극하면 외교만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전언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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