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지상파 3사 방송이 2016 리우올림픽 중계를 놓고 벌써부터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태극전사 출신 축구 해설위원들의 불꽃 튀는 중계전이 치열한 경쟁의 신호탄 역할을 하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5일 오전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예선 대한민국과 피지의 경기에서 이영표(KBS), 안정환(MBC), 김태영(SBS)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입담으로 장외 대결을 펼쳤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대승’과 ‘첫 골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는 신들린 해설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한국이 피지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이 빨리 나오면 5골 차 이상 대승도 가능하다”, “피지가 최근 6경기에서 32분대에 평균적으로 실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그의 예상대로 류승우 선수의 첫 골이 32분에 터졌다. 이 위원 예측대로 류 선수의 선제골이 터지자마자 내리 7골이 골망을 흔들면서 한국이 피지를 8대 0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이 위원의 예상은 100% 적중했으며 ‘문어영표’라는 별명의 가치를 입증했다. 문어영표라는 별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주요 경기 결과를 제대로 맞춰 세계적 화제를 모은 문어 파울에 빗대 만들어진 것이다.
이영표의 족집게 예측은 자료분석에서 나온다. KBS의 한 관계자는 “이영표는 본인이 직접 분석한 각 나라별 경기결과의 통계자료로 해설을 한다”며 “경기 경험과 나름의 노하우가 축적된 통계를 바탕으로 한 해설은 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재치 있는 언변으로 시청자의 귀를 즐겁게 했다. 안 위원은 전반전에서 패널티킥 기회를 얻은 문창진 선수가 실축하자 “승부차기에는 안 좋은 기억이 많아요”라며 자신의 선수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이후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선수의 그릇”이라며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 선수가 교체되자마자 패널티킥을 성공시킬 때는 “손흥민 선수, 땀도 안 흘리고 골을 넣네요. 땡큐죠”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이날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한 류 선수에게는 “축구 경기에서 만점은 없는데 류 선수 등번호 10번처럼 10점 만점을 주고 싶다”며 아낌없이 극찬했다.
SBS는 김태영 해설위원을 새롭게 투입해 이 위원과 안 위원을 전면 마크했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동메달 신화를 일군 김 위원은 이날 축구 해설도 아빠의 마음으로 선수 한 명 한 명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해설자로서 첫 데뷔전이어서 부담이 많이 된다”는 말로 중계를 시작한 그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초반에는 느릿한 말투에 타이밍을 놓치는 해설로 초긴장 상태를 지우지 못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선수와 코치 경험을 살려 해설이 이어갔다. 첫 골에 이어 해트트릭을 기록한 류승우에 대해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측면 돌파시 뛰어난 위치 선정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님 막내 황희찬 선수에게는 “막내지만 들소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린 선수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했고, 이창민 선수에게는 “발이 커서 공을 시원하게 잘 차고 있다”며 대표팀 코치 경력을 십분 발휘해 선수들의 특징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네티즌도 지상파 방송의 축구 중계를 놓고 “앞으로 어떤 채널을 시청해야 하나. 다들 기대되는 조합이다”(kg****), “이영표의 32분 첫 골 예측은 진짜 소름 돋았다”(ip*****) “처음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기대하겠다”(hi******) 등의 반응을 보였다.
3사의 축구 중계 경쟁은 8일 새벽 남자 축구 조별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또 한 번 이어진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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