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00억 상당 수상한 자금
조성 경위ㆍ사용처 파악에 난항
신영자ㆍ서미경 모녀 편법 증여
케미칼 소송사기 적발은 성과
검찰이 지난 6월 수사관 240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규모의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시작했던 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8일로 60일째를 맞았다. 검찰은 배임과 탈세 혐의에 대해선 부분적으로 성과를 냈지만,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금품로비 의혹을 밝히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외부로 드러난 롯데그룹 수사팀의 주요 수사대상은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소송사기 및 오너 일가의 탈세 등 대략 6가지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가장 먼저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등에 보관돼 있던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 부자(父子)의 비밀금고였다. 신 총괄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부터 금고에 보관됐던 현금 30억원과 서류 등을 압수한 검찰은 이들 부자가 계열사들로부터 연간 300억원 상당을 받아 운영했다는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횡령으로 마련된 비자금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정확한 자금조성 경위 및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수사 초반 롯데케미칼이 연간 수조원대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계열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롯데케미칼 거래업체를 압수수색하고 대표를 소환했다. 하지만 롯데 측이 일본 계열사의 거래내역 등 자료제출을 거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2006년 무렵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매매 형식으로 위장해 신영자(74ㆍ구속 기소) 롯데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3,000억원 이상을 탈세한 혐의를 포착하면서 오너일가 수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역대 최대규모에 해당하는 조세범죄 단서를 확보했다며 검찰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재산 일부를 세습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비자금 수사 본류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세금소송사기를 통해 27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환급 받은 사실을 적발한 부분은 성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기준(69) 전 롯데물산 사장을 구속한 검찰은 조만간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허 사장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핵심 3인방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 컨트롤타워에 대한 수사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홈쇼핑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9억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하고 금품로비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현구(56) 사장에 대한 수사도 관심사안이다. 정ㆍ관계 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와 같은 대기업을 수사하는데 두 달 지나고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다. 조금 더 수사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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