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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사이면 아예 경조사 못 알리게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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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사이면 아예 경조사 못 알리게 금지해야”

입력
2016.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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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부조가 권력관계 반영하게 돼

등가 교환에서 일방적 뇌물로

직업별 강령으로 자체 규율을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유한범 사무총장 제공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유한범 사무총장 제공

“권력자의 경조사는 아예 몰라야 한다. 알게 되면 방어적 부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한범(50ㆍ사진)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적 관계에서는 갑 자리에 있는 이가 이해관계자인 을한테 경조사를 알리지 못하게 통지 행위 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결국 그래야 약자가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은 금액만 제한할 뿐 행위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 물론 국가가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공적인 영역은 아무래도 특수하다는 것이 유 사무총장의 생각이다.

그가 짐작하기에 부조는 효용이 크게 줄었다. 혈연 등 안정되고 사적인 연고로 결속됐던 과거 농경사회에서 부조가 담당했던 보험 기능이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권력 관계를 반영하게 되면서 등가 교환 성격을 잃은 부조는 더러 일방적 뇌물로 기능한다.

수직적 갑을 관계에서 불리한 쪽은 늘 을이다. 부조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돌려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혜택은 못 봐도 찍히진 말자”는 게 전반적인 을의 심정이다. “큰일 당해 보니 누가 친구인 줄 알겠더라”는 사적인 감회는 을에게는 친분이 아닌 권력이나 관계의 형태로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더 이상 부조는 부조가 아니다. 하객ㆍ문상객 수와 화환의 양이 권력 크기에 비례한다는 사실은 뇌물로 변질된 부조의 성격을 증명한다. 유 사무총장은 “어떤 조직은 간부가 당한 상에 전 직원을 동원해 역량을 낭비한다”며 “흐릿한 공사 구분의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다르다. 부조가 철저히 사적인 용도다. 부조금액은 한국보다 많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사적 친분이 두터운 사람만 경조사에 초대된다는 사실이 감안돼야 한다. 사적 이익을 얻으려고 공적 관계ㆍ지위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과는 판이한 풍습이다.

공사 분별이 희미한 한국 사회의 전통적 인식 체계를 바꾸는 데 김영란법이 마중물이 될 것으로 유 사무총장은 기대했다. 정작 법이 바꿀 대상은 이미 2003년부터 행동강령에 의해 아무한테서도 5만원 이상 경조비를 못 받아 온 공무원보다 일반인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바람직한 확산 형태는 직업별 강령이 곳곳에서 생겨나 스스로 규율하고 자정하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입법 취지를 사회 전반에서 받아들여 업종 특성에 맞는 공사 구분 기준을 스스로 설정한 뒤 자부심을 갖고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각자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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