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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혜진ㆍ부활의 보배ㆍ겁 없는 미선… “아직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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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혜진ㆍ부활의 보배ㆍ겁 없는 미선… “아직 배가 고프다”

입력
2016.08.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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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 장혜진 ‘대기만성’

태극마크 일념 대표팀 선발 기간

과녁 사이 오간 거리만 182㎞

2연패 기보배 ‘와신상담’

런던올림픽 2관왕 황금기 이후

인천AG 충격의 탈락 시련 극복

막내 최미선 ‘군계일학’

올림픽 金까지 엘리트 코스만

국제무대서 불패 신화 이어가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최미선(왼쪽부터), 기보배, 장혜진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최미선(왼쪽부터), 기보배, 장혜진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여자 양궁 단체전 8연패 신화를 일군 대표팀의 맏언니 장혜진(29ㆍLH)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때 내색은 안 했지만 주변으로부터 다소 냉랭한 시선을 느꼈다. 최종 선발전 직전까지만 해도 당시 ‘신동’으로 통했던 강채영(20ㆍ경희대)의 선발이 기정 사실로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장혜진은 대표 선발전에서 강채영에 단 1점 차로 앞서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은 무명이었다.

장혜진이 첫 태극마크를 단 건 대학 4학년 때. 한국의 신궁들이 보통 20세를 전후로 스타덤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장혜진은 분명 ‘천재형’ 선수는 아니다. 스스로도 “중학교 때까지 전국대회에 못 나갈 정도로 실력이 없었다. 양궁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는 4위에 그쳐 3명이 나가는 올림픽에 가지 못했다.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일념으로 장혜진이 대표팀 선발 과정 7개월간 쏜 화살은 무려 4,000발, 점수를 확인하러 과녁을 오간 거리만 총 182㎞다. 지난해 9월 말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테스트이벤트 대회)에 참가한 장혜진은 당시 후보 선수였다. 장혜진은 “올림픽 때 반드시 여기 다시 와서 활을 쏘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올림픽 막차를 탄 장혜진이 드라마틱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그는 활시위를 당기기 전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 적힌 성경 빌립보서 4장 13절을 되뇐다. 금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떠올린 말도 ‘하나님’이었다.

힘든 시절을 버텨 온 그의 낙천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자세는 단체전 결승전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돌아가면서 한 발씩 쏘는 과정에서 자신의 차례가 끝난 뒤에도 기보배(28ㆍ광주시청), 최미선(20ㆍ광주여대)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는 주문을 끊임없이 하며 동생들을 독려했다. 올림픽에 첫 출전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침착함과 리더십으로 금메달에 앞장선 장혜진은 “나는 늦깎이 선수다. 런던올림픽 선발전 때 아쉽게 탈락한 뒤 지나온 시간을 많이 돌아봤다. 반성하고 배우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연패를 이룬 기보배에게도 남다른 금메달이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한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충격의 탈락을 경험한 채 방송 해설자로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절치부심한 기보배는 지난해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태릉선수촌 훈련 당시 “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던 기보배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눈물을 보였다. 가장 화려한 날들을 보낸 기보배였지만 그 이상 아픈 시절을 겪고 돌아와 다시 목에 건 금메달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양궁의 대들보인 기보배에게 외신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8연패의 비결과 함께 담력을 높이기 위해 뱀을 풀어놓고 훈련했다는 소문의 진위를 묻는 질문까지 나왔다. 기보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웃은 뒤 “선수 개인마다 높은 목표가 있고,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고 우승 원동력을 밝혔다.

최미선은 지난해 세계 무대에 처음 얼굴을 알린 양궁 대표팀의 막내이자 에이스다. 고교 때부터 ‘초고교급’으로 명성을 떨쳤던 최미선은 최근 국제무대에서도 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 실력만큼은 세계 최강이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1위로 통과했고 이후 5월 콜롬비아 메데진, 6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현대 양궁월드컵 2, 3차 대회에서 연속 3관왕에 올랐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정상의 자리에서 한번도 내려가지 않은 최미선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저는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라며 1인자의 야심을 당당히 드러냈다.

리우=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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